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이건우)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센터장 고재원)이 최근 뇌의 신경세포 연결 부위인 시냅스의 다양한 특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신경회로 내 특정 시냅스 특성을 정교하게 조율해 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는 특별한 지점이다. 모든 뇌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단위이다. 다양한 시냅스 접착 단백질은 이 연결 지점에서 신경 신호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여 신경회로의 특성을 결정한다.
연구단은 2011년부터 다양한 시냅스 접착 단백질을 연구해왔다. 특히, 2013년에는 MDGA단백질이 시냅스 구조와 신경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고, 2017년에는 이 단백질의 구조와 작동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연구팀들이 상반된 결과를 보고하면서 MDGA 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었다. MDGA는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필수 역할을 하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시간에 특정 조직에서 유전자가 삭제되도록 조작한(조건부 낙아웃) 생쥐 모델을 사용, MDGA 단백질이 신경세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공초점 현미경과 전기생리학 기법을 활용해 MDGA 단백질이 흥분성 및 억제성 시냅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MDGA1 단백질이 삭제되면 억제성 시냅스의 숫자와 강도가 증가하고, MDGA2 단백질이 삭제되면 흥분성 시냅스의 특성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MDGA 단백질이 시냅스에서 특이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연구팀들은 MDGA 단백질을 연구할 때 조건부 낙아웃 모형이 아닌 다른 유전자 조작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해석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신경 세포 외의 MDGA 단백질 기능을 배제하고, 정교한 유전자 삭제 생쥐 모델을 사용하여 MDGA 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을 밝혀냈다.
특히, MDGA1과 MDGA2 단백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냅스를 조절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두 단백질을 동시에 삭제하면 시냅스 특성 변화가 사라졌는데, 이는 두 단백질이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 간의 상호작용에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고재원 연구단장은 “그동안 여러 논란이 많았던 MDGA 단백질의 기능을 조건부 낙아웃 생쥐모델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논문”이라며, “현재 신경세포 외의 세포들에서의 MDGA 단백질 기능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 소속 김승준 박사(DGIST 뇌과학과 석박통합과정 졸업), 장규빈 연구원(DGIST 뇌과학과 석사과정 졸업)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사업', '중견연구사업', '세종과학펠로우쉽'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전문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온라인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