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 오른다.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롯데홀딩스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승계 신호탄을 쏘는 모습이다. 신 전무의 큰아버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홀딩스는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 전무의 사내이사직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번 안건은 한국 롯데 측 주주안건으로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신 전무는 그간 계열사 경영진으로만 이름을 올려왔다. 지난 2022년 일본 롯데 계열사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롯데파이낸셜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3월에는 처음으로 한국 롯데 계열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롯데홀딩스 이사진 합류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롯데 지배구조는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진다. 호텔롯데는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광윤사, 자회사 군 일본 L1~L12투자회사 등 일본 롯데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 또한 호텔롯데(11.1%), 롯데홀딩스(2.5%) 등 일본 지분이 상당수 얽혀있다. 결국 일본 롯데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국 롯데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일본 국적인 신 전무의 승계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직까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만큼 일본 계열사 영향력을 우선 확대해 우회적으로 한국 롯데의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임 안건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지분 28.14%를 보유한 광윤사이지만 주요 주주인 종업원 지주회(27.8%), 임원지주회(5.96%) 등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확고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다.
한편 신 전무의 큰아버지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회장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대표이자 지분 50.2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 방향성이 중요한 시점에서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합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 악화로 롯데홀딩스 전체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으며 지금은 경영 감시 기능이 결여된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전면적인 쇄신이 요구되는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주주제안서와 사전 질의서를 제출했다. 주주제안서에는 △신동주 회장 이사 선임 △신동빈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이사 결격 사유 신설 등 정관 변경 등이 포함됐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2015년 이사직에서 해임된 이후 매년 주총마다 자신의 복귀 안건 또는 신동빈 회장 해임 안건을 제출하고 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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