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9.1%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인 69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반기에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중동지역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은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4일 '2024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작년 보다 9.1% 증가하고 수입은 1% 늘어난 649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수지는 410억 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수출 전망치는 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전망한 7.5%보다 1.5%p 상향한 것으로 이를 달성하면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규모는 2022년에 이은 두 번째다.
보고서는 올해 수출 성장의 주역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IT) 기기와 자동차, 선박 등을 꼽았다. 특히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의 IT제품 수요증가의 영향으로 올해 수출이 31.8% 늘어날 것으로 봤다. 또 컴퓨터(53.0%), 디스플레이(10.3%), 무선통신기기(8.0%) 등도 글로벌 IT 경기의 빠른 회복세가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IT기기 매출 증가율은 메모리반도체가 70.5%, SSD분야가 87.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의 경우 7.2% 성장을 점쳤다.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 우려에도 하이브리드차(HEV)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3.7%)할 것으로 봤다. 선박(14.3%)도 하반기 중 유럽, 아시아 등지로 액화천연가스(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가 예상돼 우호적인 수출 여건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13대 주력 품목 수출이 대부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철강은 상반기 수출단가 하락과 수요 부진 등 불안한 수급 상황이 점차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연간으로는 소폭 감소(-0.8%)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락, 통화긴축 완화, 견조한 민간소비 등을 요인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3% 비교적 안정적 성장 궤도에 진입했고 교역은 2.6% 제한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다만 미중 통상갈등으로 인한 수입규제 조치 심화, 유럽연합(EU)의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전방위 통상 규제 논의 등 경제블록화와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중동지역 분쟁은 유가·환율 불안과 해상운임 상승 등을 야기해 세계 경제 및 교역에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5월까지 우리 수출은 주요국 대비 가장 빠르게 증가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상반기 흐름을 유지한다면 올해 최대 수출 실적은 물론, 양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 최대치 달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만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환율 불안, 미중 무역분쟁과 주요국의 관세장벽 강화, 해상운임 상승 등은 하반기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면서 “무역협회는 수출 회복 기조를 이어가도록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함께 무역업계 및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