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맞춰 홈쇼핑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라이브커머스, 해외직구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TV 기반 커머스만 낡은 방송 규제에 발목 잡혀 성장성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엽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지난 2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개최한 'TV기반 커머스 환경 변화에 따른 주요 이슈와 쟁점' 세미나에서 홈쇼핑 산업의 주요 쟁점을 짚고 규제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박사는 홈쇼핑 산업 성장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단독 사업자 5개사(SK스토아·KT알파쇼핑·신세계라이브쇼핑·W쇼핑·쇼핑엔티)는 매출은 1조1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줄었다. T커머스 시장이 역신장한 것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반면 경쟁 유통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거래액은 지난 2020년 4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0조원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직구를 앞세운 중국 e커머스(C커머스)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TV 기반 동영상 커머스가 온라인 기반 동영상 커머스에 주도권을 내주는 상황”이라며 “더 많은 의무와 규제를 적용 받는 TV 기반 커머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환경 변화를 고려한 산업 정책방향·규제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커머스는 방송법 상 데이터방송채널사업자다. 지난 201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생방송 편성 금지, 화면 비율 제한 등의 규정을 적용 받는다. 이 박사는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급변한 유통 환경을 고려해 규제 유지 필요성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T커머스는 데이터방송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제공이라는 정책 목표를 갖고 있으나 데이터방송 발전은 정책목표로서 유효성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수평적 규제 체계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홈쇼핑 정책방향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산업의 조정 또는 체질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겹겹이 덧씌워져 있는 홈쇼핑 규제에 대한 면밀한 정책검토가 필요하다”며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합리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홈쇼핑 제도 개선 뿐만 아니라 사업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이어졌다. 이순환 미디어미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데이터홈쇼핑 산업의 위기가 인지되는 만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예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선임연구위원은 “미디어 산업에서 기존 레거시 방송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넓은 관점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이드라인과 법개정을 동시 검토해 소비자 지향적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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