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한 본격 공세에 들어갔다. 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문제 삼고 나선 데 이어 국회 동의 의무화 법안까지 발의하면서 제11차 전기본을 사실상 22대 국회 초반 주요 쟁점으로 부상시켰다. 지난 회기 때 정부 숙원인 고준위특별법 등이 정쟁에 휘말려 폐기된 가운데 전력 분야 주요 현안이 하나같이 국회에 발목 잡힌 형국이다.
24일, 더불어민주당은 제11차 전기본 실무안 무력화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제11차 전기본은 국가 기본계획으로 향후 15년간 전력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국가 전체 발전 비중을 결정한다. 이번에 발표된 실무안은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은 현 정부가 앞서 수립한 제10차 전기본상 21.6%를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원전 축소' 기조 아래 제11차 전기본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시대적 흐름인 재생에너지 확대, 탈화석연료를 위해 산업부에 11차 전기본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 차원의 대응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성환 의원은 같은날 전기본 수립 또는 변경 시 국회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전기본은 국회 보고만 거쳐도 효력이 발생하는데 김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하고 국회는 보고만 받게 돼 있기 때문에 국민적 통제장치가 부재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회가 제11차 전기본을 정조준하면서 주관부처인 산업부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지난 회기때 고준위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숙원 법률안이 모두 폐기된 데 이어 전기본까지 재수정을 요구받으면서 정책 이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 핵심 요구 사항인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회 동의 의무화, 전기본 전면 재수정 등이 현실화하면 전력 정책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본은 전력 수요 예측을 통해 에너지 믹스를 제시하는 것으로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시나리오를 수립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에너지 이슈가 지나치게 정치화된 상황에서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면 불필요한 공방만 가열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송전망 투자를 수반하는데 전기 요금 현실화, 지역 수용성 개선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현실적, 합리적 , 안정적 전력 공급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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