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신청 제출 마감을 앞두고,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이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대다수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은 촉박한 일정을 꼽았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사 사이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빡빡한 일정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짧은 기간 안에 '완벽한' 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는 데 있다. A에듀테크 관계자는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개발할 때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사용자가 직접 써본 뒤 피드백을 받고 고쳐야 할 부분은 수정하고 업데이트를 한다”면서 “그러나 교과서라는 특수성 때문에 시작 전부터 완벽함은 기본이다. 짧은 개발 기간과 완벽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B출판사 관계자는 “애초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시작했을 때 에듀테크 업체와 함께 구현하려고 준비했던 기술적인 부분이 기간이라는 제약에 막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타협해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UDL) 테스트 등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전 제출해야 할 검사가 많은 것도 지적됐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만으로도 일정이 빠듯한데 각종 인증·검사까지 동시에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나온다는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시작 당시 일정에 담기지 않았던 설명회 참석 등이 추가로 늘거나, 상황에 따라 관련 사항이 자주 바뀌는 것도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사의 혼란을 가중했다.
C출판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도입하는 개정교육과정뿐 아니라, 시·청각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UDL까지 한 번에 많은 것을 AI 디지털교과서에 담으려 하다 보니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디지털 콘텐츠를 UDL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에 맞춰 보완해야 하는 부분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UDL도입으로 개별 개발사만의 AI 디지털교과서 특색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디지털교과서 UX·UI가 UDL에 초점이 맞춰지면, 개발사별 특장점을 드러낼 수 없어 비슷비슷한 AI 디지털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검정은 기술 심사를 포함하고 있어 개발 업체들은 콘텐츠 차별화보다는 검정 통과를 위한 심사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가격 책정도 시급히 결정되어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개발뿐 아니라 이후 유지·보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영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구독료 확보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대다수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사들은 가격책정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고, 상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D에듀테크 대표는 “AI 디지털교과서 가격정책이 명확히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이 사실 가장 큰 걱정”이라며 “많은 개발사가 가격정책이 없는 부분을 걱정하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의 가격 책정은 법령 절차에 따라서 진행될 예정으로 검정 출원사들이 희망 가격을 제시하고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 단계를 거칠 것”이라며 “개발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필요할 경우에는 개발사들과 소통해서 가격 책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최근 선도교사 연수 과정에서 불거진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전부터 여론이 악화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E출판사 관계자는 “한창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이 마무리 중인 상황에서 연수용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이 삐걱대고 있어 걱정이 크다”며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을 만든 개발사 이외의 개발사가 정책적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