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리튬일차전지 화재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튬일차전지 특성에 맞는 안전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재가 난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리튬일차전지로 일반적으로 스마트폰·노트북·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다르다. 일차전지는 충·방전을 반복해 여러번 쓸 수 있는 이차전지와 달리 음극에서 양극으로 전자가 한차례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한 뒤 수명을 다한다. 재충전이 안되는 대신 수명이 10년 정도로 길고 극저온·극고온 환경을 견딜 수 있어 무전기나 야시경, 석유 시추 장비, 스마트미터 등에 주로 쓰인다.
리튬일차전지는 리튬메탈을 음극으로 사용, 수분과 접촉할 경우 폭발에 가까운 격렬한 반응이 발생한다. 하나의 전지가 폭발하면 옆에 있는 전지로 전달돼 연쇄 폭발이 일어나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진화가 어렵다.
아리셀은 리튬일차전지 가운데서도 염화티오닐을 용매로 사용하는 리튬염화티오닐 일차전지(LiSOCl₂)를 생산한다. 염화티오닐은 물과 반응하면 염화수소와 이산화황 같은 독성물질을 배출하고 고온에선 염소 가스를 발생시킨다. 리튬일차전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독성물질이 유출됐고 이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이후 대응 절차가 규정된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리튬일차전지 화재에 먖춘 매뉴얼이 구체화되지 않은 것도 대응을 어렵게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배터리 관련 화재이기는 하지만 염화티오닐 일차전지에서 발생한 특수 화재로 다르게 봐야하고 진압 방법이 달라야 했다”면서 “독성물질인 염화티오닐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진화의 핵심으로 가장 먼저 염화티오닐 저장소 위치를 먼저 확보해 불로부터 격리시켜야하고 하론 소화기나 모래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대량의 물로 진압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성물질인 염화티오닐이 화재에 얼마나 노출돼 확산됐는지도 파악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불이날 경우 빠르게 화재가 확산되는 만큼 안전 조치와 화재 대응 방법 등을 담은 매뉴얼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지 간 일정 간격을 띄워 보관하고 난연 소재 트레이나 차폐막을 이용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전이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평상시 주기적인 화재 대응 훈련도 중요하다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일차전지라도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연쇄 반응이 일어난 것으로 볼 때 보관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안전 매뉴얼을 보완해야하고 난연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재는 22시간여 만인 25일 오전 8시 48분 완전히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5일 합동 감식을 실시해 구체적인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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