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태세에 돌입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결선투표를 노린 나경원·원희룡·윤상현 의원의 뒤집기 전략이 관심이다.
국민의힘은 25일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친한(친 한동훈)계와 비한(비 한동훈)계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가장 먼저 타선을 완성한 쪽은 한 전 위원장이다. 당대표 선거에 나서는 한 전 위원장 좌우에는 장동혁·박정훈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에 도전한다. 청년최고위원 후보로는 '사격황제' 진종오 의원을 낙점했다. 지난주 한 전 위원장과의 통화 이후 청년최고위원 출마 결심을 굳힌 진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출마 선언과 함께 한 전 위원장과 동행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진용을 갖춘 한 전 위원장과는 달리 다른 후보들은 이제야 정비에 나섰다. 사실상 친윤(친 윤석열)계 지원을 등에 업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요한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낙점했다. 한 전 위원장과 2강 구도를 형성한 나경원 의원은 러닝메이트와는 선을 그었다. 윤상현 의원도 상황이 비슷하다.
러닝메이트 언급이 나오는 이유는 차기 지도부를 원활하게 이끌기 위해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인 및 청년최고위원·지명직 최고위원 각각 1인, 정책위의장 등 9인으로 구성된다. 당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2명, 청년최고위원 1인이 함께 입성하면 사실상 지도부 장악이 가능한 셈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유권자 한 명이 당대표 후보 1인, 최고위원 후보 2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1인 등 4명을 선택하는 점도 러닝메이트를 선호하는 이유다.
이번 전당대회가 친한계와 비한계로 분화 조짐을 보이면서 두 세력간 공방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가 '결선투표제' 적용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비한계 간의 주도권 다툼도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우려해 지난주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당내 인물·조직이 친윤(친 윤석열)으로 뭉쳐 사실상 김기현 후보를 지지했던 지난 전당대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좋게 말하면 국민의힘 상황이 민주적인 것이고 부정적으로 얘기한다면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로 가느냐 마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한 전 위원장 측은 결선투표에 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다른 쪽은 비한계로써 결선투표에 가려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