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필리조선소 정비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된 자본잠식 상태에 대해서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HD현대의 경우 필리조선소가 한화의 품에 안기자 미국 시장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필리조선소 인사 및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1억 달러에 인수했다. 비율은 한화시스템 60%, 한화오션이 40%다.
한화는 전략적 통합 필요성이 높은 영역인 수익성 개선, 사업운영 고도화, 신규 사업개발 등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또 통합 조직 출범에 따라 경영진은 기존 현지 인력과 본사 파견 인력을 함께 구성할 예정이다.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통해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진출의 교두부를 마련하게 됐다. 필리조선소는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오고 있다.
또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고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 영역 중 하나다.
다만 필리조선소의 재무상태가 고민거리다. 필리조선소는 2018년 이후 6년간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화 측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수주잔고도 넉넉하고 매출도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십이 바뀌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영업손실은 지난 몇년간 글로벌 조선업황이 좋지 않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2027년까지 일감도 확보한 상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조선소의 역량이 접목되면 생산성 등이 좋아질 것”이라며 “향후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4월 필리조선소와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 MOU를 바탕으로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을 꾀했다.
하지만 필리조선소를 품에 안은 한화가 MOU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상황은 달라졌다.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미국 함정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및 해외 진출 시장에 있어서 필리조선소는 하나의 옵션일 뿐이라며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우나 필리조선소 말고도 다양한 방안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필리조선소에 올인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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