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스케이프가 목재 산업 부산물인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배터리 음극재용 흑연을 만드는 바이오흑연(biographite) 기술을 상용화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를 겨냥, 한국에 바이오 흑연 공장을 짓는 것도 검토한다.
김주용 카본스케이프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카본스케이프 최고상업책임자(CCO) 등 회사 관계자와 함께 국내 배터리 제조사, 투자사들과도 접촉하며 협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논의가 구체화되면 한국 내에 바이오흑연 공장을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카본스케이프는 2006년 뉴질랜드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2015년 세계 최초로 산림 부산물을 사용해 전기차 배터리용 고순도 바이오흑연 생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열 촉매 반응을 통해 바이오매스의 비결정성 탄소를 배터리에 쓸수 있는 바이오 흑연으로 변환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바이오흑연은 현재 배터리 음극재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인조흑연이나 천연흑연과 대비해 용량과 수명이 우수하고 생산 원가도 20% 가량 낮출 수 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가격이 저렴한 폐목재가 주원료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 2500~1500도 이하 고온 열처리가 필요한 인조 흑연과 달리 1500도 저온 공정을 사용, 생산 비용과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인조 흑연은 석유계 피치나 제철 공정 부산물인 콜타르 원료를 가공해 만들기 때문에 유가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민감한데, 바이오흑연은 이로부터 자유롭다.
김 CPO는 “최근 샘플 평가에서 충전 시간을 단축시키는 고무적 결과도 나왔다”며 “바이오흑연 특유의 미세구조로 리튬이온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본스케이프는 뉴질랜드에 연간 3톤 규모 바이오흑연 생산이 가능한 파일럿 생산 시설을 운영 중이다. 핀란드에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데모플랜트 건설도 준비하고 있다. 연간 100톤 규모 생산이 가능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 시제품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첫 상업용 플랜트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 구축을 시작, 2028년부터 양산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상업 양산을 앞두고 복수의 완성차 및 배터리 제조사와 공급 계약 논의하고 있다. 이번 방한도 국내 배터리 업계와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 생산의 91%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대두된 상황이다.
김 CPO는 “배터리 업계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지는 가운데 바이오흑연 상용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고품질 흑연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림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바이오흑연 공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 배터리 공급망 인근에서 음극 소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