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영남권에 초반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대표 경선에 당원 투표가 80% 반영되는데 당원 절반이 영남권에 분포하고 있어서다.
당권 경쟁에 나선 한동훈·나경원 후보는 26일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 출신 의원 보좌진과 TK 지역언론 모임인 '보리모임'이 주최하는 만찬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어 한 후보는 27일 이철우 경북도지사, 28일 박형준 부산시장과도 연이어 면담할 예정이다. 다만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면담은 불발됐다. 이와 관련 한 후보는 “본인이 만나기 싫다고 하니 뵙기 어렵지 않겠나”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다만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홍 시장을 잇달아 만났다. 나 후보와 윤 후보는 이미 공식 선거 운동 전에 면담을 가졌고, 원 후보는 이날 홍 시장을 만났다.
원 후보는 홍 시장과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시장께서 나경원 후보와 서로 척지지 말고 방향, 생각, 정치 경험 등 공통된 부분이 많으니 잘 협력하고 힘을 합쳐서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나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질문에 그는 “무엇이든지 열려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원 후보는 전날 경북 안동·상주·칠곡·구미·김천 지역 당원들과도 만난데 이어 이날 대구 달서을·달서병 당원협의회와 연달아 간담회를 가졌다. 전체 당원의 40%를 차지하는 TK 표심부터 우선 잡고, 한달간의 선거전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 국민의힘이 '영남당'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원 후보는 “영남의 지지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되 페쇄적인 지역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우리 당이 수도권에서도 뿌리가 다시 살아나는 정당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나 의원도 공식 선거 운동의 첫 지방행보로 울산·경남(PK)를 택했다. 이날 박완수 경남지사와 오찬을 시작으로 경남도의원, 창원마산합포 당협, 부산 사하을 당협과 연이어 만났다. 또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나 의원은 경남도 의원들과 간담회장에서 “당이 슬럼프에 빠진 것 같아 구원투수의 심정으로 당을 구하기 위해 왔다”면서 “이번 전당대회에 친윤 대 반윤 프레임을 걸고 있는데, 제가 하나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상현 후보는 국회에 머물렀다. 그는 다른 후보들이 러닝메이트 격으로 최고위원 후보를 내세운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 후보가 최고위원들까지 선정해 함께 출마하는 것은 러닝메이트가 아니라 야합이고, 당의 단합을 깨뜨리는 정치의 고질병”이라며 “친한·친윤 줄 세우기 정치는 당이 공멸의 길로 가는 전초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선거캠프인 '보수혁명'의 총괄대책위원장인 김성수 전 의원과 최승재·이완영 전 의원 등이 현재 자신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