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임과 함께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를 꾸리며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당대표 선거에서는 이 대표가 사실상 독주체제를 갖춘 가운데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하려는 친명(친 이재명)계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생 위기 극복과 정치 개혁 등 미래 비전은 사라지고 과거 지향형 투표가 이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26일 8·18 전준위원장에 이춘석 의원을,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에 이개호 의원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전당대회 레이스에 돌입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던 비명(비 이재명)계가 불출마 수순에 접어들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친명 내부 경쟁으로 열릴 것이라는 평가다.
민형배(재선) 의원이 최고위원 도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김병주·강선우(재선)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김민석(4선)·전현희(3선)·한준호(재선)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원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부대변인이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모두 친명계로 분류된다.
친명계 일색으로 최고위원 도전이 이뤄지면서 '친명 마케팅'만으로는 다른 후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차별화 지점은 과거 정부·여당과의 투쟁 과정에서 보여준 선명성이 될 전망이다. 친명 후보군 간 구별이 어려운 탓에 각종 개혁 입법에 힘을 쏟았던 후보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실상 이번 전당대회가 과거지향형으로 펼치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지난 2022년에 펼쳐진 전당대회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전당대회는 이 대표의 독주 속에 친명 마케팅이 효과를 거뒀다. 최고위원 후보 중 친명을 내세웠던 정청래,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등이 모두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비명계에서는 고민정 의원만 당선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미래 비전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종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날 본지에 “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과거 회고 투표가 될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정부·여당과의 대결에서 전투적으로 싸웠던 인물에게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런데 민주당은 다수당이다. 다수당의 최고위원으로서 국정 운영과 민주당의 비전 등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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