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분야가 첨단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대학에 관련 학과가 신설되고 있지만, 미등록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로 모빌리티 등 첨단학과 증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의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위권 모빌리티 관련 학과에서 나타난 이탈 요인은 의대 등 이공계열 상위권 학과로의 이동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 학과는 올해 정시 미등록률이 105.0%였다. 지난해 50.0%와 비교해 급등했다.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추가합격도 4차까지 이어졌다. 지난해는 22명 모집에 11명이 등록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20명 모집에 21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 추가 합격자 점수가 지방권 의대 최저 수능 점수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며 “빠져나간 인원 대부분은 의대에 지원했을 것이고, 일부 서울대 최상위 학과로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모빌리티 학과 충원율은 공시기준 97~99% 수준으로, 정원은 모두 채웠다. 상위권 학과의 이탈이 있더라도 연쇄적으로 다음 등급 학생들을 끌어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수도권 지역 모빌리티 학과의 경우 정원을 채우는데는 무리가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반면 지방 대학의 모빌리티 관련 학과의 미등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극동대 항공모빌리티학과는 47명 모집 중 17명 등록에 그쳤다.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7등급도 국립대에 가는 상황에서 대학 가기가 쉬워지다 보니 첨단분야 학과라 해도 학생 모집이 되지 않는다”며 “추가 합격 발표가 되면 어떻게든 상위권 대학으로 빠진다”고 토로했다.
모빌리티를 비롯한 첨단학과 이탈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임 대표는 “최상위권 대기업 계약학과도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보니 이탈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역 대학에 첨단학과를 신설해도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양극화는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빌리티 관련학과의 개편·신설은 느는 추세다. 26일 대학알리미 기준, 전국 일반대 중 65개 학과가 모빌리티 관련 학과로 나타났다.
아주대는 미래모빌리티공학과를 신설하고 2025학년도부터 137명 정원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고 25일 밝혔다. 학과 최초 합격 신입생 전원에게는 장학금과 기숙사 입사를 보장하는 '첨단인재장학' 등 파격 혜택이 주어진다.
첨단ICT융합대학 산하에 신설되는 미래모빌리티공학과는 기존 40명 정원의 AI모빌리티학과를 확대 개편했다. 학생 취업을 위해 대기업과 함께하는 채용연계형 산학협력 프로그램 운영, 미국 미시간대 연계 글로벌 파견 교육 등도 실시한다.
경북대·금오공대·안동대는 지난해 공동학과인 '스마트모빌리티공학'을 신설해 올해 신입생을 모집했다. 이 학과 역시 교육부로부터 첨단학과 인정을 받아 신설된 전공이다. 해당 학과는 3개 국립대가 공동 운영하면서 공동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공동학위도 수여한다. 경남대도 올해부터 학사와 석사를 연계한 미래자동차학과를 신설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