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지형부터 대기까지 고해상도로 담은 지도를 구축하는 거대 국제 프로젝트에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연구진이 참여한다.
유럽우주국(ESA)은 금성 궤도선 '엔비젼(Envision)' 프로젝트의 공동연구자(Co-I)로 이연주 IBS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 행성대기 그룹 CI가 합류했다고 지난 17일 공식 발표했다.
금성은 크기, 질량,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 등 지구와 물리적 특성이 가장 유사해 '쌍둥이 행성'으로 불린다. 하지만 금성은 평균 온도가 467도에 달하고, 대기 구성 성분도 다른 '불지옥'이다.
비슷한 시작점을 가진 두 행성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우주 레이스가 시작됐다. 금성 관찰을 토대로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의 조건을 파악하는 동시에 미래 지구에 다가올지 모를 극한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전은 ESA의 5번째 중간 규모 임무이자 두 번째 금성 탐사 임무이다. 2021년 임무 선정 이후 사전 연구단계(study phase)를 마치고, 지난 1월 25일 공식 추진을 확정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하여 내부 중심부에서 대기권 상층부에 이르는 금성의 전체적인 고해상도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2031년 발사하여 2034년 금성궤도에 안착하여 관측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엔비전 임무에는 금성의 지형을 탐구하는 2개의 탑재체(VenSAR, SRS)와 금성 대기를 측정하는 탑재체(VenSpec Suite)까지 총 3개의 탑재체가 실린다. 이연주 CI는 이중 VenSpec Suite의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대기 연구를 수행한다.
VenSpec Suite은 U, M, H로 명명된 3기의 분광기로 구성되며 독일, 프랑스, 벨기에 연구진이 각 분광기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VenSpec-U는 금성 구름 상층의 미량 기체들과 미확인 흡수체를 추적하고, VenSpec-M은 구름 아래로 지표에 가까운 대기를 탐사한다. VenSpec-H는 밤의 구름 아래 고도나 낮의 구름 상층 대기를 관측한다. 이 CI는 IBS에 합류하기 전 VenSpec-U 연구에 참여한 바 있다.
공동연구자는 과학적 우수성과 경험을 토대로 임무를 지원하는 대신 VenSpec Suite의 관측자료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
또한, 공동연구자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학생과 연구원을 협력자(Collaborator)로 초대하는 것도 가능한 만큼, 국내 연구진의 거대 우주 임무 참여 기회도 넓힐 수 있다. 임무 초기 단계부터 공동연구자로 활동하는 만큼, 관측 활동에 미리 대비하여 2034년 자료가 취득되는 즉시 선제적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5억 유로(약 7445억 원) 규모의 엔비전 임무에서 한국 측의 분담비는 없다.
이연주 CI는 “엔비전 관측자료를 활용하여 형제지만 잘 몰랐던 금성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알아낼 것”이라며 “향후 한국이 자체적인 행성 탐사선을 보유하게 된다면, IBS 행성대기 그룹에서 경험을 쌓은 신진 연구자들이 국내 행성 탐사 임무를 주도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IBS 행성대기 그룹은 국내 첫 금성 장기 관측 프로젝트(CLOVE)를 수행하고 있다. 초소형 위성을 3년마다 지구 저궤도로 보내 금성 전체를 10년 넘는 장기간 관측한다는 목표다.
엔비전과 같은 거대 탐사선이 금성 가까이에 접근하여 지표 화산활동을 고해상도로 파악하고 세부적인 대기 연구자료를 산출할 때, 초소형 위성은 금성 전체를 관찰하며 '큰 그림'을 그린다. IBS는 현재 국내업체와 탑재체를 개발하는 동시에 초소형위성 본체를 개발할 업체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 첫 번째 초소형 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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