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오는 27일로 예고했던 '무기한 휴진'을 강행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결의했던 대로 오는 27일부터 일반 환자의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 및 시술 등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26일 밝혔다.
비대위는 이번 휴진이 교수들 개인 결정에 따라 참여·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휴진하더라도 입원 병동과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필수적인 분야의 업무는 유지된다.
비대위는 “휴진은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기반한 결정이므로 시작부터 전면적인 휴진이 되진 않을지라도 우리나라 의료를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바꿀 불씨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환자들의 우려와 정부의 직·간접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 의료정책 문제에 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휴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전문가로서 의료계의 문제의식에 귀를 기울이고, 시늉뿐인 대화를 진정한 소통으로 변화시키라”며 “우리의 결정은 정부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마지막 기회를 버리지 말고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거듭 촉구한 뒤 “이 행동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휴진으로 불편을 겪을 환자와 보호자에겐 송구한 마음을 표하고, 휴진을 만류했던 병원장 등에게는 양해를 구했다.
전날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과 최진섭 연세암병원장,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소속 교수들에게 “우리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다. 환자 진료를 중단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는 서신을 보낸 바 있다.
지난 12일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세 곳 교수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총 735명의 교수가 응답했으며, 무기한 휴진하겠다는 응답이 531명(72.2%)에 달했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204명(27.8%)에 그쳤다.
휴진 종료 시점은 정부가 현 의료대란과 의대교육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할 때로 잡았다.
비대위를 지지하는 교수들이 휴진하더라도 병원은 그대로 운영된다. 세브란스병원은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진료를 조정하는 방식 등으로 휴진에 참여할 것으로 안다면서도, 진료 차질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했다.
병원 노조 측은 평시에 비해 10% 정도 더 휴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내달 4일부터 휴진을 예고했던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그대로 진행할 전망이다. 이들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이날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의 성명이 발표된 직후 “아산병원 휴진 계획은 변함없다”고 짤막한 입장을 표명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