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참석차 일본 카가와현의 중심도시인 타카마츠시를 다녀왔다. 관광객들에게는 우동의 도시이자 포켓몬스터 게임의 '야돈' 캐릭터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필자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야돈은 타카마츠시의 명물인 우동의 발음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시 당국에 의해 마스코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인구 40만의 중소도시에 인천에서 직항 항공편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인구가 1990년대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도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매년 아시아 도시를 바꿔가며 국제학회를 치루는 학회 운영진의 얘기를 들어보니, 타도시에 비해 준비과정에서 매우 적극적 지원을 해주어서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지역 경제의 번영을 위해 회의, 인센티브여행, 국제컨벤션, 전시의 줄임말인 'MICE' 산업에 집중 지원을 하고 있는 타카마츠를 보니 인구성장의 비결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MICE 산업 외에도 일본이 힘을 모으고 있는 분야가 바로 디지털 경제다. 정보기술(IT)의 세계적 리더였던 일본이 여전히 신용카드나 전자화폐가 아니라 주로 현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자결재 대신 인장결재 문화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자, 일본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디지털청'을 2021년에 설립했다. 또 5G 통신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방문한 타카마츠시에서도 교통관리, 에너지 절약, 공공 안전 등의 목적을 위해 IoT 센서를 설치하고 공공 와이파이를 늘려 스마트시티로서의 면모를 갖추려고 하는데 체계적 업무수행이라는 장점을 살리면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202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기존 3만3745달러에서 3만6194달러로 7.2% 증가했으며 1인당 국민총소득은 대만과 일본을 웃도는 수준이고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6위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대졸 초임도 한국이 일본보다 높다고 한다. 이러한 한국의 약진에도, 여전히 일본은 우리보다 덩치가 큰 나라다. 일본의 국토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3.8배이고 인구도 약 2.4배 정도 많다. 1인당 국민소득(명목GDP)도 여전히 일본이 더 높다. 우리가 일본과 여러 지표를 비교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서로의 교류를 통해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접점을 키워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심각한 IT인력 부족으로 2030년에는 약 80만명의 IT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미 국내 일부 대학은 학생들에게 일본어 교육과 현지 인턴 기회 등을 제공하면서 이러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이 디지털 인프라와 양질의 인력을 공급하면서 일본의 오랜 제조업, 서비스 산업 역량을 배운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여러모로 비슷한 사회문제를 겪어 왔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노령화, '지방소멸'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심각한 도농간 격차, 높은 자살률 등 함께 공유하고 있는 문제가 적지 않다. 인구 감소와 같이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자가 본 칼럼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전남 영광, 대구 달성의 사례와 이번에 방문한 타카마츠시 사례 등을 서로 비교하며 연구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역사의식에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일본인들은 한류 콘텐츠에 열광하고, 한국인들은 일본 관광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교류와 긴장의 공존 속에서도 서로 배울 점은 배워야할 것 같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