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테크읽기]오토사 콘퍼런스로 보는 SDV 진화 시사점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는 '제15회 오토사 오픈 콘퍼런스'(AOC:AUTOSAR Open Conference) 행사가 열렸다. AOC는 자동차 관련 주요 회사들이 참여해 만든 차량용 소프트웨어(SW) 표준인 '오토사'의 현재와 진화 방향을 소개하는 행사다.

올해 열린 AOC는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에 초점을 맞추면서 행사 규모를 크게 키웠다. 오토사 표준화 동향을 주로 소개했던 예년과는 달리 오토사 기반의 SDV 진화 방향을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벤츠, 보쉬, 암(ARM) 등 관련 주요 업체의 발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LG전자, 팝콘사 등이 관련 주제를 발표했으며,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관련 회사의 연구원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현재 오토사 표준은 차량 제어용 SW 플랫폼인 클래식 오토사와 SW 업데이트 및 자율주행용 플랫폼인 어댑티브 오토사로 나뉜다. 차량 제어용 플랫폼으로 널리 사용되는 기존의 클래식 오토사에 새롭게 어댑티브 오토사가 더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요 자동차사의 SDV 플랫폼 구조는 대개 자율주행 및 어댑티브 오토사(OTA)-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인포테인먼트)-클래식 오토사(차량 제어)로 구성된다. 이 SDV 플랫폼 구조에서 어댑티브 오토사는 SW 업데이트를 담당하고 자율주행을 연계, SDV 구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AOC의 가장 큰 특징은 SDV의 진화에 있다. 기존에 많이 쓰이고 있는 클래식 오토사와 함께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어댑티브 오토사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SDV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어댑티브 오토사-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클래식 오토사로 이어지는 플랫폼 구조를 바탕으로 SDV 진화 방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와 유사하게 차량용 앱, 서비스 제작을 위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강조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SW 플랫폼과 API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마트폰 앱이 만들어지고, 앱 생태계가 성장해가는 것과 비슷한 진화 방향을 제시했다.

어댑티브 오토사-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클래식 오토사로 이어지는 플랫폼 구조 위에서 클라우드를 연계하면서 차량 앱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API들을 제공하게 된다. 이 플랫폼과 API들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차량제어 등 다양한 차량용 앱과 서비스가 만들어지게 된다. 앞으로 구독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생각하는 자동차 업계를 위해서 SDV 진화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국가적인 SDV 플랫폼 구축 노력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114개 회사와 협력해 SDV API를 표준화하고 배포했다. 오토사 기반의 표준 플랫폼과 API들을 바탕으로 중국 자동차사들이 빠르게 SDV 플랫폼을 상용화하고, 차량용 앱과 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도록 했다. 개별 자동차사들이 노력하고 있는 SDV API를 국가 차원에서 주도해 표준 플랫폼을 만들어낸 점이 특징이다. 2022년 차량용 SW 마켓에서 아시아 시장이 유럽과 북미를 제치고 54.8%의 점유율을 가지는 점도 참고해 볼 사항이다.

중국 빠른 행보에는 오토사협회가 노력하고 있는 허브 체제도 큰 역할을 했다. 오토사협회는 유럽 허브, 미국 허브, 중국 허브, 일본 허브 등을 통해서 오토사 보급을 강화하고 있다. AOC에서는 우리나라의 팝콘사 등을 중심으로 한국 허브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오토사 한국 허브를 통해 오토사 플랫폼 확장이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회 AOC에서는 SDV 진화를 위한 오토사의 중요성과 함께 다양한 관련 업체들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ICT-SW 업계 유기적 협력을 통해 SDV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