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종합기술기업 보쉬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을 48억달러(약 6조 7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월풀은 미국 가전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 기업으로, 보쉬의 기술력과 재무여력 등이 결합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쉬가 월풀을 인수하면 생활가전 시장 경쟁 완화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외신에 따르면 보쉬는 월풀에 인수 제안을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며, 전문가 자문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스테판 하루퉁 보쉬 회장이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규모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월풀 인수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보쉬는 유럽 1위 대형 가전제품 사업부를 성장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풀을 유력한 후보자로 보고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쉬가 월풀을 인수하면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물론이고 생활가전 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월풀은 미국과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가전시장에서 폭넓은 유통망과 높은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보쉬는 생활가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와 판매 경로 부족 등 약점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또, BSH 홈 어플라이언스와 시너지도 가능할 전망이다. BSH 홈 어플라이언스는 보쉬가 1967년 지멘스와 합작설립한 가전업체로, 2014년 보쉬가 지멘스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보쉬가 월풀을 인수하면 아시아 기업과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상당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1%의 매출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 19%, GE 18%, 월풀 15% 순이다.
월풀은 그동안 미국과 인도 시장에 집중하는 동시에 기업간거래(B2B) 상업용 가전 판매 확대를 시도했지만, 점유율 확대를 위한 가격 경쟁 심화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보쉬와 월풀의 인수 논의는 양사간 시너지 및 인수 여부를 떠나 글로벌 가전 산업의 통합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경쟁 완화의 시작으로 인식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