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 예산 증액, 기저효과에 그치지 말아야

정부가 2025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안을 24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미래 국가 성장동력의 핵심인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책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 R&D 예산을 1조1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3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다. 현존하지 않는 신개념 기술을 개척하는 '혁신·도전형 R&D' 분야에 1조원을 투자키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과학 분야 국정과제로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에서 유지'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올해 R&D 삭감으로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R&D 예산을 더 큰 폭으로 늘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대비 올해 R&D 예산을 2조8000억원 줄였다. 2023년 R&D 예산 24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내년도 예산 24조8000억원은 1000억원 늘었을 뿐 큰 차이가 없다. 기저효과로 인해 R&D 예산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려면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R&D 예산 확대·유지가 지속 이어져야 한다.

올해 R&D 예산은 예산 총지출 대비 3.9%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정부 예산 총지출 대비 R&D 투자비율 평균인 4.83%에도 못 미쳤다. 이를 5% 이상 수준으로 늘리고 유지해야만 과학기술 강국 도약에 속도를 낼 수 있다.

R&D 예산 증액이 비 R&D 분야에 타격을 줘서도 안 된다. 비 R&D는 신기술 개발 외 제품을 제작, 구매, 판매하는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 정부 예산을 통해 기업 매출 신장, 일자리 창출, 산업발굴 및 육성 등을 지원하는 만큼 R&D 못지않게 중요한 분야다.

R&D 예산을 늘리고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비 R&D 분야에도 피해를 주지 않기란 쉽지 않다. 정부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세수가 좋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가 R&D 예산 확대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지만 현장에선 우려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해법은 단순하다. 국가 재정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따져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 산업 육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부분부터 재정 효율화가 가능한지 살펴보는 게 예산당국의 최우선과제다.

[사설]R&D 예산 증액, 기저효과에 그치지 말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