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중국 개발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중국 업계에선 미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관영매체가 전했다.
27일 중국 인민일보 계열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오픈AI의 최근 접속 제한 결정은 (미국) 자국의 이익과 시장 경쟁력을 지키려는 조치일 수 있다”면서 주룽성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 전략 경쟁에서 일반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주 연구원은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적 동기에 따른 보호주의와 과도한 국가안보 개념 강화로 양국 기업과 연구기관, 일반 대중 사이의 디커플링을 심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오픈AI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오픈 AI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접속을 지원하지 않는 지역에서 오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트래픽을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 개발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선 다음 달 9일부터 자사 AI 모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API란 오픈AI가 개발한 기능을 외부 개발자가 자체 애플리케이션에 통합해 AI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의미한다.
오픈AI가 API 서비스 접속을 지원하는 국가·지역은 모두 188곳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은 여기에서 제외돼있다.
공식적으로 오픈AI에 접근할 수 없던 중국의 많은 개발자가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이 회사 AI 모델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아예 막겠다는 게 오픈AI 계획이다.
이런 조치의 배경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오픈AI는 최근 몇 달간 자사 모델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는 은밀한 시도 최소 5건을 차단했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어 중국을 겨냥한 첨단 AI 기술 통제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반도체 칩과 AI 등 안보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첨단 기술에 대한 해외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최근 주요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억제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 재무부의 중국 AI 통제 조치가 22일 발표된 뒤 오픈AI의 접속 차단이 발표됐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재무부의) 초안은 중국의 정교한 첨단 기술 개발을 미국이 돕지 못하게 하고 중국 발전을 막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압박의 일환으로 여겨진다”며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강압적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하고 반격 조치들을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오픈AI의 중국 개발자 접속 통제 발표 이후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 스타트업 '즈푸', '문샷AI' 등 거대언어모델(LLM) 기업 10여곳이 서비스 제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업계 관찰자들은 대체로 오픈AI 서비스 중단이 단기적으로 (중국) 국내 대형 모델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고 그 기업들 서비스 가격은 오픈AI와 비교해 더 경쟁력 있다고 본다”고도 설명했다.
중국 보안업체 치후360 창업자 저우훙이는 “오픈AI의 서비스 중단은 중국 자체 LLM 개발을 가속할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 기업) 둘 사이의 격차가 줄고 있고 국산을 대체품으로 쓰는 추세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덧붙였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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