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최근 단행하고 있는 '약관 명확화' 조치가 논란에 올랐다. 원칙적으로는 해석이 모호한 부분을 명백하게 바로잡아 혼선을 줄이겠다는 의미지만, 명확화 이후 약관이 통상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KB국민 나라사랑카드' 외 14종의 약관을 개정하면서 '안내문구 명확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해당 약관 개정은 카드의 할인 혜택 대상인 '대중교통'에서 '고속/시외버스를 제외한다'는 문구가 추가된 것이 핵심이다.
15종 카드의 상품 설명서 및 약관은 약간씩 설명이 다른데, 대중교통의 범위를 '전국 버스/지하철' 혹은 '대중교통업종(버스, 지하철, 철도)' 등으로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특히 'KB국민멤버스카드'의 경우에는 '시외버스 이용금액 제외'라고 명시하고 있어, 다른 상품들은 대중교통 버스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혼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규정에는 '대중교통'의 범위에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데 이용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비행기, 항만, 기차, 버스(고속, 시외, 시내, 셔틀) 택시 등 자가용을 제외한 모든 수단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이번 '약관 명확화'로 혜택 대상이 줄어들었다고 보는 고객도 있는 것이다.
통상 약관 조항의 의미가 불분명할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고객 유리 원칙'이라고 한다. 카드사 등이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약관을 정식으로 개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현행법은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 등 고객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약관을 개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
해당 논란은 올해 신한카드가 '더모아 카드'의 약관을 '명확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지펴졌다. 더모아카드는 조건 성립 시 포인트를 무제한에 가깝게 적립할 수 있는 카드 상품이다. 일부 고객 어뷰징에 의한 체리피킹이 심화되면서 포인트 적립 상한선을 정하는 약관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선량한 고객들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방향의 약관 개정이므로, 당국에서도 아직까지 허가해주지 않았다.
대신 신한카드는 “포인트 지급 후 포인트 적립 대상 제외거래(상품권·선불전자지급수단 구매 및 충전금액 등)에 해당하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741조에 근거해 기지급된 포인트를 회수할 수 있다”고 약관을 고쳤는데, 이 부분이 모호한 부분을 단순히 '명확화'한 것인지, 소비자에게 불리한 부분을 무시한 것인지 논란이 일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례들의 경우 모호한 부분을 바로잡는 측면이 있으나, 일부 카드사들이 약관 전면 개정 대신 '명확화'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업권 전반으로 퍼지지 않도록 당국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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