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돌아온 기후테크 '히트펌프'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유례 없는 폭염이 예상되는 여름이다. '유례없는' '몇 년 만의' '기상관측 이래로'라는 수식어가 붙은 더위, 추위, 폭우, 폭설, 태풍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기후변화'라는 용어보다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더우면 에어컨 없이 생활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면 전기요금도 많이 나오고 이와 비례해 탄소배출량도 늘어난다. 따라서 에너지효율이 높은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 대안이란 점에서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히트펌프'다.

히트펌프는 에어컨과 보일러를 하나로 합친 것과 같은 원리로 동작하는 에너지 장치의 일종이다. 이를 전기제품으로 개발 보급된 제품은 전기를 사용하면서 공기열, 수열, 지열 에너지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에어컨과 보일러를 따로따로 쓰는 것과 비교해 에너지효율이 3배 이상 높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작년 발간한 기후테크 보고서에선 히트펌프를 이미 기술적으로 성숙되고 2년 이내에 성과가 가시화될 기후테크로 꼽았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저감법(IRA)에서 규정한 지원금 및 세제혜택, 유럽연합은 RE파워 계획에서 히트펌프 보급 목표 수립과 지원을 강화했는데 이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서 그동안 우려했던 경제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성장으로 AI 데이터센터의 냉각 문제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있어서 잠재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AI반도체와 서버는 전기사용량의 약 40%정도를 냉각에 사용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비교적 추운 지역인 북유럽으로 이전하거나 심해 또는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기술이 시설 측면에서 핵심이 인 상황에서 히트펌프와 같은 고효율 냉각기술은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광범위하다.

국내 대표 가전업체들도 오래 전부터 히트펌프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과거 히트펌프는 겨울에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난방에너지 절감효과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기술개발로 이런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노르웨이의 대학과 '유럽 첨단히트펌프연구 컨소시엄'을 구축했고, 앞서 작년에 미국에 'LG 알래스카 히트펌프연구소'를 신설해 차세대 냉난방시스템 기술개발과 시장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래스카와 노르웨이와 같이 혹한의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도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도 2022년 유럽의 에너지 위기 기간에 히트펌프를 적극적으로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했으며, 히트펌프와 태양광발전, 그리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결하는 '넷 제로 홈'을 제안했다.

히트펌프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환경부는 2022년에 지하철역이나 대형빌딩 지하에서 나오는 유출지하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했고, 버려지던 유출지하수의 수열을 냉난방 등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는 유출지하수의 수열을 활용하였을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감축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기존에 개발됐으나 제도적·경제적 요인으로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지 못하는 기술을 발굴해 확산시켜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제도적 지원을 통해 히트펌프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히트펌프 확산을 위한 제도 정비와 개선에 나서야 한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yongjin.park@kispric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