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한의약품·식품 등을 과대광고하며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횡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제재수단이 없어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의약품의 경우 '약배송' 경계가 애매한 틈을 타 약배송도 이뤄지고 있다.
30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인플루언서들이 '한약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다이어트 한약'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100만 넘는 한 인플루언서는 'OO보감'이라는 제품을 판매하며 비대면 진료 초진이 풀려 전화 상담이 가능한 점을 강조한다.
최근 의정갈등으로 비대면 진료가 초진까지 전면 완화되면서 SNS에서 다이어트 한약환 판매가 대폭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대면 진료 후 한약은 택배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약사법 상 의약품 배송은 불법이지만, 한약은 그 경계가 애매하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노린 광고와 제품 판매가 증가하는 것이다.
체지방 감소와 관련 없는 일반식품을 먹고 체중이 빠졌다는 것처럼 허위·과대 광고 게시물, 체험 후기 등을 이용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인플루언서 게시물도 SNS상에 난무한다.
정부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NS에서 식품·화장품 등을 광고·판매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부당광고 행위를 특별단속했다. 수십개 계정에서 허위·과대 광고 등 불법행위가 확인돼 신속하게 게시물 삭제·차단을 요청하고 행정처분·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사실상 게시물 삭제·차단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우선 행정처분은 기업이나 사업자가 가능한데, 개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행정처분이 어렵다. 수사의뢰의 경우 상습적으로 반복 위반하는 경우 가능한데, 이 때도 SNS 플랫폼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인적사항을 알아내기 어렵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해외 SNS 플랫폼인 점 때문에 플랫폼사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식약처가 방송통신위원회에 게시물 차단이나 아이디 삭제 등을 요청해도 또 다른 아이디를 만들어 반복적으로 판매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행정적 제재가 없는 셈이다.
앞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 조민 씨는 지난해 9월 12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홍삼 체험기 형식의 광고 영상을 게재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에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조민 씨가 당시 “약 1개월 간 꾸준히 먹어봤는데, 확실히 면역력이 좋아지는 것 같고”라는 표현을 쓴 게 문제가 됐다.
이 때도 식약처는 유튜브에 요청해 조 씨의 홍삼 광고 영상을 차단 조치한 것 외에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 씨가 검찰에 송치된 것은 한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같은 법적 허점을 인지하고 연내 식·의약품 사이버안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위·과대광고 등을 처분하고 제재하는 내용 등이 들어갈 예정”이라며 “하지만 개인 처분에 대해 반대가 워낙 심해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