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플랫폼 3.0] 〈4〉K플랫폼은 성장엔진이다

네카오,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
잠재력 발굴·교류 등 공생관계
생성형AI 경쟁 앞서면 성장 기회
韓 상황에 맞는 현명한 규제 필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네이버 D2SF·카카오벤처스 스타트업 투자 추이네이버·카카오 인수합병(M&A) 추이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또한 스타트업의 기술, 인력, 지식재산권(IP)를 인수해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 플랫폼 기업이 위축되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이 국내 디지털 생태계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커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플랫폼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국내 플랫폼 산업을 '새 성장엔진'으로 키우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플랫폼, 스타트업 생태계와 얽히며 성장

국내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네이버와 카카오도 설립 초기에는 스타트업이었다. 두 기업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장을 도왔다. 때로는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합병했다. 이처럼 네이버, 카카오와 스타트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서강대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경영 연구센터 분석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7년에서 2021년 사이 126건의 인수합병(M&A)을 실행했다. 네이버는 기술 자원 내재화를 위한 M&A를 주로 수행했다. 카카오는 핵심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M&A를 단행했다. 연구팀은 두 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가치 있는 기술 자원인 기술, 인재, IP 등을 취득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 문어발식 확장 등 탐욕스러운 프레임을 씌우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공생관계를 갖추고 있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2SF(D2 Startup Factory)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D2SF는 네이버의 기술력과 스타트업의 잠재력을 연결하는 어젠다를 발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카카오는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카카오벤처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 시절부터 국내 벤처·스타트업계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제법 커졌다. 네이버에 따르면 D2SF를 통한 스타트업 투자는 이달 기준 누적 105건(중복투자 포함)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D2SF 투자 스타트업의 전체 가치는 4조원에 달한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의 스타트업 투자는 올해 기준 누적 185건에 달한다. 카카오벤처스가 2012년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12년 만에 200건에 가까운 투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경기와 고금리, 불확실한 규제환경으로 인해 D2SF와 카카오벤처스의 스타트업 투자가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기업이 모두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 플랫폼 산업의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 플랫폼 규제 이슈가 계속 등장하고, 문어발 확장 등 지적이 생기면서 (네이버, 카카오의 스타트업 투자가) 굉장히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면서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하거나 M&A로 주식을 팔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최근 M&A를 통한 회수기회가 줄어들고 스타트업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거시경제 흐름에 따라 스타트업 씬이 가라 앉았다”면서 “실제 씬에 나갔을 때 좋은 스타트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K플랫폼 3.0] 〈4〉K플랫폼은 성장엔진이다

◇K플랫폼 산업, 디지털 산업 핵심으로 부상

국내 플랫폼 산업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국내 디지털 산업과도 얽히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가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2023 디지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디지털 산업의 매출액은 1142조원으로 전체 산업 매출액 8772조원의 13% 수준을 차지했다. 이중 '디지털 플랫폼 제공 산업' 부문의 매출액은 약 163조원을 기록했다. 디지털 금융·도소매 등을 포함한 '디지털 관련 산업'의 매출액은 389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산업의 매출액이 최소 552조원이 넘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 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과 플랫폼이 일상화 되고, 플랫폼 기업들이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실제 산업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네이버(검색), 카카오(메신저), 쿠팡(커머스), 배달의민족(배달), 당근(로컬), 야놀자(숙박), 무신사(패션)까지 분야마다 토종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플랫폼 기업이 중국 외의 지역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독특한 플랫폼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 플랫폼 경쟁 밀리면 국가 경쟁력 도태

전문가는 우리나라 독특한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한 규제 개혁과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가 생성형 AI 기술을 대거 개발하는 시점에서 자율규제와 함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성형 AI는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보편적 기술진보 성격을 가지고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고 위기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파고와 변곡점이 여러 번 닥칠 것이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업체들은 성장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치열하게 생존 전략을 추구해야 할 업체들이 규제 대응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시장 상황은 그 어느 나라와도 다르므로 정부와 국회가 이런 점을 인식하고, 우리 상황에 맞는 현명한 규제와 지원 정책을 펴고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