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한 중국 패션 e커머스 '쉬인'이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국내 패션브랜드 입점을 추진하고, 국내 패션 업체나 디자이너로부터 사진을 사들이는 등 협업도 늘려가고 있다. 국내서 인지도를 제고하고 지적재산권(IP)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다. 더 나아가 국내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도와 국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쉬인은 국내 패션 브랜드 입점을 위해 다수의 패션기업에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패션기업 폰드그룹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폰드그룹 외에도 쉬인의 입점 제안을 받고 검토했으나 최종 결렬된 브랜드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쉬인 관계자는 “K패션 브랜드 입점과 관련해서는 아직 공유할 만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쉬인과 글로벌 판권을 가진 브랜드를 통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려던 폰드그룹과 입장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폰드그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판권을 가진 슈퍼드라이를 포함해 스파이더 등 다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최근 추진 중이었기 때문이다.
폰드그룹은 지난해 코웰패션에서 패션사업부가 인적분할돼 지난 2월 코스닥 상장했다. 아디다스, 퓨마, 슈퍼드라이 등 주로 해외 브랜드 라이선스를 확보해 기획·디자인·생산·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쉬인은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회사 데이즈의 모델로 김유정을 발탁한 데 이어 지난 20일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또한 쉬인은 국내 패션 디자이너나 업체로부터 제품 사진을 구매하고 해외에서 생산·유통하는 등의 협업도 늘려가고 있다.
쉬인의 행보는 국내서 인지도를 제고하고, 국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선택이다. 특히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K패션 상품 사진 IP만 확보해 디자인만 따라하는 등 빠른 의류 제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또한 IP 문제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란 지적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유통망을 기반으로 K브랜드 글로벌 진출을 돕는 비즈니스 모델을 꺼내들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쉬인은 현재 해외 150여개국에서 패션 제품을 판매하는 등 글로벌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 브랜드, 셀러 등의 입점 추진은 K패션 브랜드를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쉬인이 한국 소비자 공략을 본격화하자 국내 패션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쉬인은 5달러 스커트, 9달러 청바지 등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미국과 유럽을 빠르게 공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0억달러(2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와 H&M을 넘어섰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은 품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재 관련 유해성 논란에서 벗어나 소비자 인식 전환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편 폰드그룹은 1일 “중국 패션 e커머스 '쉬인'과 공식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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