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수리 시한에 접어들었지만 사직서 수리는 물론 병원 복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90%가 넘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은 만큼 이들을 대신할 전공의 충원을 위해선 조만간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의정갈등 국면 전환을 위해선 행정처분 취소 등 유화책 실시 가능성도 제기된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고 6월말까지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거나 복귀하도록 유도하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여전히 복귀를 거부하고 있고, 수련병원 역시 사직 처리를 미루면서 '의료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복지부가 공개한 지난 26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사직률은 0.38%에 그친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전체 출근율은 7.7%(1065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 전날인 지난달 3일(1013명) 대비 52명의 전공의만 복귀했다.
통상 전공의는 3월과 9월 임용된다. 9월 임용을 위해서는 7월 중 공고를 내야하고, 이를 위해 결원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정부는 결원 규모 파악을 위해서라도 이번주 중 미복귀 전공의 대책을 발표하고, 사직 혹은 복귀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시행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의정 관계가 재차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등 유화책을 펼칠 가능성도 높다. 동시에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에 대해선 9월 모집 지원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가 '의대 중원 백지화'를 요구한 채 일절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의정 갈등 해소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병원을 떠난지 130일째가 되면서 의료공백은 물론 정부와 의료계간 협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0일 발족한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특위에는 전공의 몫으로 공동위원장과 위원 3명의 자리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몫 위원 1명 자리가 각각 마련돼 있지만 출범 열흘이 지났는데도 비어있다. 이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의정 타협을 이룬다 해도 전공의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전공의가 빠진 상황에서 협상마저 지지부진 하면서 의료계는 대정부 투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특위는 지난달 29일 제2차 비공개 회의를 진행한 뒤 오는 26일 전 직역이 참여하는 '올바른 의료 정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제안한 집단 휴진에 대해서는 회원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했지만, 26일 전국 규모 토론회에 참여하는 의사들도 상당수인 만큼 연쇄 휴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범의료계 협의체가 꾸려진 만큼 물밑에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여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