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조직 효율화와 흑자 전환까지 모든 임원 연봉 동결 등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에 나선다.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쇄신책이다.
SK온은 1일 전체 임원 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위기 극복을 위해 업무 영역과 절차, 자원 배분까지 모든 부분을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은 솔선수범 차원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생산책임자(CP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전원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했다.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은 폐지하고, 성과가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할 예정이다.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 임원 연봉은 동결하기로 했다. 임원들의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는 대폭 축소하고, 해외 출장시 이코노미석 탑승과 오전 7시 출근 등은 지속할 계획이다.
다만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지원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영업 조직을 권역별로 분리·강화해 고객사 대응력을 높이기로 했다.
지난 1분기까지 SK온의 누적 적자 규모는 2조5000억원 이상으로 2분기에도 3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회사는 금리 인하와 전기차 신차 출시 등 우호적 여건 조성이 관측되는 하반기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목표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 재편을 위해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과 투자금 확보 전략 등이 집중 논의됐다. 수직계열화를 시도한 배터리 소재 사업들을 일부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예상된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구성원 모두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 성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며 “현재 위기는 오히려 진정한 글로벌 제조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는 기회이며 우리 모두 '자강불식' 정신으로 패기 있게 최선을 다한다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