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이 거세게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대통령 격노설'을 꺼냈다. 반면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운영위는 1일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운영위에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출석했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의혹과 관련해 실체적 진실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공세를 펼쳤다.
추미애 의원은 지난해 7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기록이 있다고 알려진 대통령실 유선 전화인 '02-800-7070'의 사용 주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추 의원은 “수사외압 의혹의 진원지인 대통령 격노에 대해 먼저 확인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추”라고 했다.
민주당은 해당 통화 이후 대통령실 전화 회선이 재배치됐다는 의혹도 언급했다. 고민정 의원은 “회선 재배치는 총무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회선이 재배치 됐는지 확인되면 증거인멸”이라고 지적했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해병대원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나 경찰 수사가 특검법보다 우선이라는 논리를 폈다. 아울러 야당 단독으로 특검법 통과 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과실치사 부분은 경찰이, 외압은 공수처에서 각각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대통령은 당연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도 “공수처에서 수사하는데 이를 못 믿으니 특검으로 가자고 하는 건 공수처를 주장했던 민주당 사람들의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대통령실의 자료 제출을 두고도 맞붙었다. 민주당이 자료제출 미비를 지적한 가운데 여당은 야당 단독으로 증인을 의결한 것은 부당하다며 업무보고 등과 관련한 여야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 현황, 향후 계획에 대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업무보고를 들을 수 있겠나”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찬대 위원장도 “대통령실이 운영위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아무런 준비를 안 했다는 것 자체가국회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 채택과 관련해 국회법의 취지에 전면적으로 위배되는 위법적인 조치”라고 했다. 이후 강 의원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발언을 정리해 달라는 요구를 받자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나”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표현은 지난 19일 강민구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19일 열린 최고위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고 말한 것을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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