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산학연이었죠. 이제는 대학이 추진하는 정책에서 '지(지자체)'를 빼면 안 됩니다. 대학이 지자체와 함께 발맞춰 가는 협력 모델이 필수가 됐습니다. 그건 서울에 있는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A대 산학협력단장)
'산학연'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더해진 '지산학연' 체제로 전환이 가속화 하면서 창업도 대학과 지자체가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영남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경북 스타트업 집중 육성 대책을 밝혔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경산 스타트업 파크에 대학, 기업, 연구기관, 투자자가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지역 혁신 창업 공간으로 구성한다. 청년 인재의 지역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스타트업 파크를 중심으로 청년창업 복합공간도 만든다.
경산에는 영남대를 비롯해 10개 대학이 모여있다. 대학생 등 청년 인구가 집중돼 있어 대학 창업문화를 기반으로 창업과 혁신을 이끌어 낼 잠재력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중기부 창업생태계과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이 자동차 부품, ICT 인프라 등 지역 주력산업을 추진하면서 대학이 밀집한 경산의 산학협력 체계를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지역에 일자리가 생겨나야 지역 청년이 창업도 하고 고용도 발생하게 되고, 정주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남대는 12월 국내 최초 대학으로 국가산업단지를 불러오는 '캠퍼스 혁신파크' 완공을 앞두고 있다. LH와 한남대가 공동으로 대학 캠퍼스 일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했다. 대학 내에는 30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한다. 대학과 지역, 산업계가 결합한 새로운 융합모델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대학과 기업이 지역의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주요 입주 업종은 △바이오화학분야 △컴퓨터프로그래밍 △정보서비스 △영상제작 △의료정밀 광학기기 제조업 등 ICT △금속가공제품과 자동차 및 운송장비 제조업인 기계·금속분야 △지식서비스 분야 등이다. 한남대는 캠퍼스 혁신파크를 통해 생산유발효과 약 2조원, 6700여명의 고용효과를 기대한다. 혁신파크를 중심으로 지역 정주형 산업인력을 육성한다.
한남대 관계자는 “지역과 같이 협업하고 지역인재를 배출하는 것으로 목표로 캠퍼스 혁신파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교원의 기술을 통해 창업하고 학생 취업까지 가능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2029년까지 매년 1300억원을 투입해 54개 서울 지역 대학과 산학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등 성과 창출을 위한 협력대학 12곳을 선정해 5년간 600억원을 지원한다. 2017년부터 39개 대학과 함께한 캠퍼스타운 사업도 성장 동력을 강화한다. 1300개 이상의 대학 창업기업 배출을 목표로 한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와 대학이 동일한 목표를 위해 시너지를 내야 하는 만큼 수평적 관계에서의 공유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대학 창업지원단장은 “이제 지산학연이 분명한 키워드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원치 않더라도 대학의 정보를 외부에 공유하고 협업해야 하는 시대”라며 “지자체도 이런 지향점을 잘 이해해 모든 것을 지자체가 주도하기보다 대학과 소통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