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소재는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로 대한민국 산업 초격차를 견인하는 성장 동력이다. 첨단산업분야 초격차를 이루기 위해서는 후발주자가 넘보기 어려운 최첨단 핵심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그 중심에 있는 나노소재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4위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은 높지만 첨단제조업에 필수인 핵심소재는 오랜 기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해 왔다. 근대화가 상대적으로 늦어지면서 소재 산업에서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나 나노 크기 영역에서 발현되는 새로운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기반으로 한 나노소재가 첨단제조업의 핵심소재로 부상함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나노소재 연구는 2000년대 초반 본격화됐는데, 우리나라는 비교적 빠른 시기 정부 주도로 나노기술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선진국과 비슷한 출발선을 가질 수 있었으며, 나노소재가 첨단산업에서 상용화되는 이 시점에서 글로벌 선도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글로벌 나노소재 산업은 2023년 186억달러에서 2032년 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본, EU 등은 기술패권 주도를 위해 나노기술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나노기술이 미래를 뒷받침 하는 핵심 기술임을 강조하며 우주, 바이오, 식량안전, 환경 및 국가 경제 안보와 연결해 2024년 21억6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 경제 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나노기술과 첨단재료를 핵심 기반 기술로 설정했다. EU는 글로벌 과제 해결과 유럽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4년 약 955억유로를 나노기술에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기준 1조2476억원을 나노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그동안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의 나노소재 기술력은 세계 4위 수준으로 성장을 이뤘다. 국내 나노소재 시장은 2023년 4조6000억원에서 2032년 17조3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자동차 등 국가 주력산업에 나노소재가 적용돼 고품질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미래 첨단산업에서 나노소재 적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나노소재 기술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고 초격차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기초원천기술을 지속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노소재의 기본적인 물성과 특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초 연구와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 나노소재 대량생산 기술과 기존소재와의 융·복합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나노소재는 기존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물성을 구현하는 슈퍼소재로 그만큼 조작과 제어가 어렵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하고, 다양한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유망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로 나노 분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대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나노소재를 고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5년마다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나노 분야를 지속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나노소재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범부처 협력을 통해 나노코리아 국제행사를 매년 개최해 산학연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나노소재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한국이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수요 산업의 의사결정권자 수준에서 나노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노전문기업과 협업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대기업들은 나노소재에 대한 기술수요 로드맵을 제시하고, 산학연이 함께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기술을 양산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또 나노소재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나노소재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정부 주도의 전략적 육성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나노소재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나노소재 강국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순국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 mic111.h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