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공장 아리셀이 보험사에 가입한 보험금을 온전히 보상받지 못할 전망이다. 종합보험에 가입한 물건 중 약 4분의 1이 기업은행 차입금에 대한 질권으로 설정돼 있는 상태다.
질권 설정은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 채무자에게 물건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아리셀이 대출로 기계나 토지 등을 구입해 보험에 대한 권리 일부도 기업은행이 갖게 된다.
2일 아리셀 감사보고서 보험가입 내역에 따르면 30명 이상 사상자를 낸 아리셀 공장은 215억원 한도 KB손해보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공장과 사상자에 지급될 보험사 보상액이 최대 215억원이라는 의미다.
다만 아리셀이 가입한 KB손보 종합보험 215억원 한도 중 50억원은 질권 설정이 돼있어, 보험금을 수령시 상당 부분이 기업은행에 귀속될 개연이 큰 것으로 확인된다. 질권설정금액에 대한 보험금은 질권자 동의 없이 청구나 수령이 제한되고, 보험금도 질권자에게 보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아리셀은 기업은행에서 시설자금 대출을 실행하면서 토지, 건물, 기계 등 약 68억원 규모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아리셀은 DB손보 환경책임보험(30억원)과 종합보험(48억원)도 약 79억원이 가입돼 있지만, 재산종합보험 형태가 아니다. 이에 화재에 대한 대부분 보상은 KB손해보험에서 담당할 전망이다. 담보물에 대한 보험금 관련 협상은 KB손보와 기업은행이 진행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산종합보험은 기업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으로 화재·도난·자연재해 등으로 재산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목적이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화재보험법이 지정한 특수건물로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다.
화재보험법 제5조에선 특수건물 소유자가 화재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고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손해보험사가 운영하는 특약부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화재 규모가 크고 사상자도 다수 발생하면서 보험사도 사고규모 추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재 진압 이후 소방당국이 피해 추산액과 사상자 규모를 조사·발표한 뒤 보험사가 보상 절차를 시작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아리셀은 가입금액 일부에 기업은행 대출로 인한 질권 설정이 돼있는 상태”라며 “가입한 보험의 한도와 실제 보상금액은 다를 수 있어 손해사정사의 조사 후 판단할 예정”이라 말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 사망 등 31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일 화성시청에 마련된 추모 분향소 앞에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제가 진행됐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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