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당 우수 기업의 주주에게 분리과세로 배당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도 법인세 감면의 혜택이 돌아간다.
정부는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의 밸류업 세제개편을 예고했다. 정부는 이달 말 세법 개정안에 담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과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혁신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이동성 개선 등 3대 분야의 과제를 추진한다.
정부는 생산성 확보를 위해 자본·노동력 등 생산요소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특히 주요국 대비 기업의 자본효율성이 낮아 증시 저평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세제 지원 및 지배구조 개선으로 밸류업을 가속화한다.
주주환원 확대 유도를 위해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한다.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금액의 5%를 법인세 세액에서 공제하는 것이다.
배당을 받은 투자자는 배당 증가금액에 대한 세율 인하 방안도 포함됐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인 개인투자자는 현재는 14%의 세율이 부과되지만 개정 후에는 밸류업 기업의 배당 증가금액은 9%, 그 외 배당에는 14%의 세율로 과세된다.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과세 최대 부과세율을 45%에서 25%로 하향한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 폐지도 추진한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최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의 20%가 할증돼 사실상 최고세율이 60%에 달한다.
가업상속공제 대상도 현행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공제 최대 한도는 현행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두배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 5000만원을 넘어서면 초과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정부는 폐지 방침을 밝혔으나 야당은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려는 밸류업 세제지원은 법 개정 사안이어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야당은 최대주주 할증 폐지,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4%P 올린 2.6%로 조정했지만 수출과 내수 간 회복속도 차이로 체감경기는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재정 지원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의료비 지원 확대, 중소기업 근로자 소득세 감면 지원 강화 등으로 내수 활성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농수산물 할인지원과 에너지 바우처 등 하반기 물가관리와 생계비 부담을 위해 편성된 5조6000억원을 신속 집행한다. 저소득층 대상 정부양곡 판매 가격을 20% 추가 인하한다. 공공요금은 인상요인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시기를 분산해 부담을 완화한다.
가격은 그대로 두지만 용량을 줄이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8월부터 용량 등 제품 주요 정보를 변경하는 경우 소비자 고지 의무를 시행한다.
생계비 경감을 위해 비급여 및 본인부담금에 대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확대했으며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를 1.7%로 동결했다.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하반기 중 단통법 폐지를 재추진하는 한편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업계와 협의한다.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대상 요건을 완화해 경력단절남성에 대한 지원을 신설하고, 성과급 지급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및 소득세 감면을 3년 연장한다.
자동차 소비 촉진을 위해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특례 적용기한을 2026년으로 추가 연장한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가 대상이며 구체적인 감면 한도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발표한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공공분야 투자도 확대한다. 신규 민간투자사업은 당초 계획했던 15조7000억원에서 '20조원 플러스 알파'로 5조원가량 확대한다. 기존에는 철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위주로 민자사업을 발굴했다면 앞으로는 복합문화, 관광, 환경시설 등 새로운 민자 시설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정책금융 융자·보증 규모는 당초 계획한 598조9000억원에서 606조9000억원으로 8조원 늘린다. 이와 함께 투자·수출 촉진을 위해 올해 계획된 52조원의 시설투자 자금 중 27조원을 하반기에 공급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호한 지표에도 불구하고 부문별 온도차로 체감 경기 회복은 충분하지 않다”며 “민생의 어려움 이면에는 주거, 물가 부담, 양극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내수 회복을 뒷받침하고 역동경제 로드맵으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