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차형준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이재윤 박사, 주계일 이화여대 교수, 이종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김은진 연구원 공동연구팀이 해양생물인 말미잘과 홍합에서 유래한 단백질을 이용해 그물망 형태의 하이드로젤 국소 지혈 드레싱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사고나 응급 수술 중 환자에게 과다 출혈이 발생했을 때, 골든 타임을 지키고,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지혈이 필요하다. 그러나 피부가 아닌 체내 수중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혈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현재 체내 출혈을 막는 지혈제로 혈액 흡수와 응고 능력이 우수하고 체내에서도 잘 분해되는 피브린(fibrin)이나 콜라젠(collagen) 스펀지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크고, 혈액 내에서 조직 접착력도 부족해 출혈 부위에 제대로 붙지 않았다.
해양생물에서 유래한 단백질과 유전자재설계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의료용 제품을 개발 중인 연구팀은 이번에 말미잘 실크단백질이 혈액이 스스로 응고하는 과정을 돕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홍합과 말미잘을 함께 사용해 지혈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말미잘 실크단백질로 메쉬 형태의 하이드로젤을 만들었다. 여러 고분자 사슬이 얽혀 그물망 구조를 이루는 하이드로젤은 내부에 수분을 다량 포함할 수 있는데, 연구팀은 말미잘 실크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하이드로젤을 만든 다음 동결건조해 패치를 제작했다. 그리고, 몸속과 같은 습윤 환경에서 혈액 응고 능력과 접착력이 우수한 홍합 접착단백질로 이를 코팅했다.
간이 손상된 쥐 모델로 실험한 결과, 연구팀이 만든 패치는 혈액 액체 성분인 혈장을 흡수하고, 혈액 성분들의 응집을 촉진해 기존 지혈제보다 빠르게 혈액을 응고시켰다. 하이드로젤 패치를 손상된 부위에 효과적으로 부착한 후 봉합하고, 2주 뒤 염증 수치를 분석한 결과, 기존 지혈제에 비해 염증 수치가 낮았으며,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현상과 괴사가 나타나는 부위도 훨씬 더 작았다.
차형준 교수는 “두 해양생물에서 유래한 단백질 생체소재만으로 지혈 효능과 생체적합성, 생분해성을 모두 갖춘 기능성 지혈제를 개발했다”라며,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회복을 돕는 흡수성 지혈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의 해양바이오산업신소재연구단사업과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네이처글루텍에 기술이전됐다. 연구성과는 최근 화학공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