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인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변혁을 맞이했다. 오픈AI가 거대언어모델(LLM : Large Language Model) GPT-3.5를 탑재한 '챗GPT'를 출시해 생성형 AI(Generative AI) 시대를 열었다.
오픈AI는 지난해 기술적으로 한 단계 도약한 GPT-4를 개발했다. GPT-4는 GPT-3.5보다 약 500배 더 큰 데이터 셋을 활용한 모델이다.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입력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한다.
이제 누구나 생성형 AI를 이용해 텍스트 작성·분석·요약·번역 작업을 할 수 있고, 이미지 제작에서 화풍 변화 및 정교화, 영상 제작 및 창의적 변형, 음악과 코드 개발까지 가능하다.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붐을 타고 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생성형 AI는 지역 정보통신기술(ICT)산업계에 기회일까, 아니면 위협일까. 필자는 생성형 AI가 지역 주력산업인 제조업에 다양한 혁신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한다.
생성형 AI는 고객 요구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기존 제품을 개선할 수 있게 해준다.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에너지를 비롯한 자원 절감도 최적화할 수 있다. 수집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비에 대한 잠재적 결함을 예측하고 유지보수해 생산 중단 시간을 최소화한다. 판매 추세와 시장 변동성, 계절적 요인 등을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고 최적의 재고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성형 AI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지역 서비스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생성형 AI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2023년)'는 생성형 AI가 금융·보험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정보산업, 도매업, 헬스케어 및 사회복지산업 순으로 업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과거 앱스토어 등장 때처럼 생성형 AI는 지역 ICT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새로운 디지털 창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 ICT기업에 있어 생성형 AI 도입과 활용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역 ICT기업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새로운 솔루션 및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려면 상업용 LLM의 오픈 API를 사용하거나 자체 소형 언어모델 'sLLM' 구축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실상 아직 비용이 얼마나 들지 정확히 모른다.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지역 콘텐츠 기업의 경우 저작권 문제도 위험 요소다.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는 저작권자의 복제권, 2차 저작물 작성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영세한 지역 콘텐츠 기업에 저작권 문제는 넘기 힘든 과제다.
인력난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생성형 AI를 구현하고 확장하려면 적절한 기술 인력이 필요하지만 지역 ICT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구하기도 어렵고, 비용 지불 여력도 충분치 않다. 생성형 AI를 자체 개발하고 유지 관리를 넘어 사용을 확장하려면 고도로 전문화된 인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수익 창출, 비용 절감 효과, 효율 및 정확도 향상 같은 실질적으로 수익성 검증할 수 있는 생성형 AI 적용 사례가 아직 많지 않다는 것도 지역 ICT기업의 고민거리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지역 제조 및 서비스업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지역 ICT기업에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려면 정부 및 지자체의 관심과 적극적 지원이 필수다.
우선 지역 기업의 상업용 LLM 이용 또는 sLLM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도메인별 데이터셋 제공, 생성형 AI 전문인력 양성, 재직자 업그레이드 교육도 필요하다. 개발 솔루션과 서비스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한 후속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김준수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전문위원 jskim@busan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