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금감원 첫 그린워싱 사례 되나…“녹색채권 조달자금 LNG발전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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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처음으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으로 신고된 사례가 등장했다. 녹색채권 조달자금을 액화석유가스(LNG) 발전에 유용했다는 지적이다.

4일 기후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2회에 걸쳐 32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전액 가스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투입한 한국서부발전을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서부발전은 두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하나는 녹색채권 발행으로 얻은 투자금을 태양광 같은 녹색 부문에 투자하겠다고 투자설명서에 중요 사항을 거짓 기재한 것, 두번째로는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실제 화석연료발전에 투자해놓고 신재생 발전설비에 투자했다고 거짓 기재했다는 것이다.

서부발전은 2022년 두 차례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두 건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2022년 3월 1300억원을 조달한 첫 번째(제52회) 녹색채권 발행에서는 투자설명서에 투자 내용을 허위로 기재했다. 서부발전은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 사항'으로써 자금의 사용 목적을 '신재생 발전설비 건설 등'이라고 명시했다. 이로써 투자자에게 녹색채권으로 조성된 자금이 친환경 에너지 투자(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연료전지발전)에 쓰일 것임을 확약했고 이를 바탕으로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을 부여받기도 했다.

서부발전은 같은 해 5월 1900억원을 조성한 두 번째(제53회) 녹색채권을 발행하면서도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자금 사용 계획이 신재생 발전설비 투자를 위한 시설 자금이었으며 “당초 계획대로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설비 투자 사업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라고 다시금 기재했다. 또한 두 번째 녹색채권 발행에서도 다시 한번 투자자금을 “신재생 발전설비 건설 등”에 사용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기타 공시 첨부서류 중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금융상품 인증서에 사용 목적을 '액화석유가스(LNG) 발전'을 끼워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서부발전이 지난해 4월 홈페이지에 게재한 '한국서부발전 녹색채권 투자자 안내문'에는 투자자에게 녹색채권에 관해 고지하고 확약한 것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두 녹색채권 발행과 조달자금 사용의 사후보고인 셈인데, 서부발전은 조달금 3200억원을 재생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김포열병합 건설사업'에 투자 집행했다고 밝혔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LNG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험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서부발전은 이 같은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감춘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본시장의 신뢰와 ESG 발전을 저해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