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마켓이 11번가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선식품·새벽배송, 오픈마켓·해외직구라는 각각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기업공개(IPO)까지 가속하겠다는 복안이다. e커머스 판도를 흔드는 '메기'가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회사 주식 일부와 관계사인 물류사 '루트' 신주를 11번가 지분과 맞바꾸는 지분 교환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남아 기반 e커머스 큐텐이 티몬·위메프 인수 당시 택했던 방식과 동일하다.
11번가는 올해 초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며 FI 주도로 매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FI는 자금 회수를 위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등 해외 e커머스 플랫폼부터 큐텐·컬리 등 다양한 인수 후보가 거론됐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인수 의지가 분명한 만큼 타결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오아시스는 유통업계 IPO 최대어 중 하나다. 핵심 사업인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경쟁사와 달리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매각 대금 없이 지분만 교환하는 방식임에도 FI가 충분히 검토할만한 제안이라는 평가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IPO 무산 당시 부진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관으로부터 7000억원대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최근 실적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매출 4754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으로 창사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11번가는 오아시스가 진출하지 못한 e커머스의 여러 영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넓은 셀러 풀을 기반으로 한 오픈마켓 사업, 아마존 직구 서비스에 직매입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신선식품·새벽배송에 특화된 오아시스 또한 방대한 제품군을 갖춘 11번가에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유통·상품기획(MD) 노하우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11번가 누적 적자가 크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11번가는 지난 2022년부터 2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11번가는 손실 폭을 줄이기 위해 올해 들어 희망퇴직, 물류센터 인력 전환 배치, 사옥 이전 등 여러 대응책을 꺼내들었다.
양 사가 힘을 합칠 경우 e커머스 시장은 또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양 사 매출 합계는 1조3000억원대로 쿠팡·네이버·신세계(G마켓·SSG닷컴)에 이은 4위권에 해당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 성장, SSG닷컴 지분 매각 등 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메기'가 등장할 지 이목이 쏠린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IPO에 앞서 외형 성장이 필요한 오아시스와 매각을 서두르는 11번가 FI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서로의 핵심 경쟁력을 공유해 시너지가 창출할 수 있는 M&A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