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과 일본 닛산의 전기차 배터리 동맹이 임박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닛산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SK온이 협력사들에 닛산 배터리 규격(스펙)에 맞는 장비·부품 개발을 요청했다. SK온과 닛산은 아직 최종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원활한 공급을 위해 사전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이 개발하는 닛산용 배터리는 파우치형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로 알려졌다. 배터리 개발과 성능 인증에 2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 제품 양산이 예상된다. 배터리는 닛산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닛산 배터리를 만드는 생산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SK온이 조지아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단독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폭스바겐용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조지아주 1공장 라인을 닛산용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다.
양사는 미국에 합작법인(JV) 설립도 논의했으나 SK온과 닛산 모두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포드와 미국 JV인 블루오벌SK 공장 일부 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블루오벌SK는 미국 테네시주 2곳과 켄터키주 1곳 등 총 3곳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과 닛산이 배터리 생산지와 공급 물량 규모, 계약 금액 등을 최종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전기차 배터리 다변화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공급망 재편 일환으로 SK온과 손잡은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그동안 일본계 중국 배터리 기업인 엔비전 AESC에서 이차전지를 조달해왔다. IRA 영향으로 중국산 배터리는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만큼 SK온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온이 닛산을 최종 고객사로 확보하게 되면 실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전기차 시장 침체 영향을 받으면서 누적 적자가 2조5000억원 이상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포드, 폭스바겐, 지리그룹 외 거래처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공급처를 늘려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회사는 최근 C레벨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하고 흑자 전환 달성까지 임원 연봉을 동결하는 내용의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SK온 관계자는 닛산 배터리 공급과 관련해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