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수출 호조세를 견인하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내수 회복에 영향을 주며,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하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매판매·설비투자·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내고,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대외 불안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경제상황을 평가했다.
5월 전산업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해 2.2% 상승해 4월(3.3%) 보다 증가 폭이 낮아지며 연초에 높았던 증가세가 다소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광공업생산(3.5%)은 반도체(18.1%)의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1.9%)와 전기장비(-18.0%)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증가폭이 축소됐다.
제조업 출하도 자동차(-4.0%)와 전기장비(-20.6%)를 중심으로 부진한 가운데 1년 전과 비교해 5월 상승률 0.2%로 4월(3.7%)보다 급감했다. 제조업 재고율도 110.2%에서 110.9%로 소폭 상승하며 제조업 회복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양상이다.
KDI는 “반도체경기 상승으로 반도체의 수출과 생산은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하면서 내수 회복세는 가시적이지 않다”면서 “수출과 내수의 경기 격차가 기업심리에도 반영돼 수출기업의 업황 전망은 점차 개선되는 반면, 내수기업의 업황 전망은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경기 호조세가 관련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며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는 지난 5월 전년동월보다 12.1% 감소하며 4월(-10.5%)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선행지표인 특수산업용기계수주는 4월 13.0% 상승했다가 5월 -9.5%로 마이너스 전환했고, 6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 또한 4월(-27.9%)에 이어 5월(-24.1%)도 부진한 모습을 지속했다.
세계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의 위험요인도 상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KDI는 “주요국의 물가상승세 둔화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유가 불안과 물류비용 상승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로 당분간 재고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유가 상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