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개인최대주주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오너가 송 회장 모녀와 손잡은 가운데, 임종윤·종훈 형제 대신 새 경영진 꾸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송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신 회장과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및 주식매매 계약 체결과 관련해 “늘 한미를 돕겠다고 하셨던 신 회장의 대승적 결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 지분 일부를 매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직전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 편에 섰던 신 회장이 모녀 편으로 돌아섬에 따라 세 사람이 보유한 지분 34.79%에 우호지분까지 총 48.19%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녀 편을 들었던 국민연금 지분(6.04%)까지 합치면 과반을 넘어선다. 임종윤·종훈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각각 12.46%, 9.15%다.
송 회장은 “신 회장은 저희에게 가족과도 같은 분”이라며 “임종윤·종훈 사장을 지지하기로 했던 지난번 결정에도, 그리고 이번에 저와 임주현 부회장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결정에도 모두 감사드리는 게 저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지분을 해외 펀드에 매각해 한미의 정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는 판단을 최근 신 회장께서 내리시고 저희에게 손을 내미신 것으로 안다”면서 “신 회장과 대주주 가족이 힘을 합쳐 더욱 발전된 한미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이 용퇴 카드까지 꺼내들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선언함에 따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과 손잡은 모녀 측이 형제측으로 기울어진 이사회 균형을 맞춘 뒤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경영진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모든 조치를 취해 주식매매계약,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등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살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법적 분쟁까지도 점쳐진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