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최대 전력수요(전력피크)가 전력망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자리 잡았다.
전력피크는 특정 기간 중 발생하는 최대 전력 사용량으로 지난 5년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올해는 지난달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력 당국을 긴장시켰다. .
전력피크는 전력망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한편, 급격히 치솟을 경우 블랙아웃(정전)까지 초래할 수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지대한 타격을 끼칠 수 있는 불안 요소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 등으로 인해 전력피크가 더욱 상승하고 있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력 당국이 전력피크를 낮추기 위한 수요관리에 역점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냉난방을 비롯해 다양한 전력 수요의 최적화를 유도, 전력피크 억제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이에 전자신문은 전력피크의 원인과 제어 방안, 수요관리의 필요성과 효과를 2회에 걸쳐 조명한다.
지난달 11일 오후 5시 기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최대 전력 수요는 74.2GW로 역대 6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IDC) 등 전력 수요가 많은 산업이 급증한 상황에서 이른 무더위로 냉방 수요까지 급격히 증가한 결과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7, 8월엔 더 치솟을 공산이 크다. 전력피크는 2020년 89.1GW 을 시작으로 지난해 93.6GW까지 4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력 당국은 올해 전력피크가 8월 둘째주께 92.3~97.2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설비 용량이 104.2GW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예비율은 가장 낮게는 6%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피크 억제에 크게 기여하는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드는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비상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는 수준이다.
블랙아웃을 일으키지 않는다 해도 전력피크는 그 자체로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저해한다.
전력수요는 장기적으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발전 설비도 지속 늘어나야 하는데 전력피크를 잡지 못하면 추가 증설 수요 또한 계속 증가하게 된다.
특정 시간대에 잠시 발생하는 전력피크가 총발전 설비용량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전력 설비용량은 전력수요와 예비율을 산정해 정해지는데 전력피크가 높을수록 예비설비 용량이 늘어난다. 문제는 반대로 피크 시간대를 제외하면 상당수 발전기가 가동하지 않는 데 있다. 여름·겨울, 잠시 발생하는 전력피크 때문에 반영한 설비용량이 봄·가을 등 대다수 시간 동안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됐다.
전력피크를 억제하면 예비 발전설비 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계통, 입지 등 다양한 문제로 신규 발전설비 진입이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전력피크를 잡아야 하는 이유는 더욱 분명하다.
효과적 방안은 무엇일까. 전력피크는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시 전후에 발생했지만 최근엔 오후 5~6시경에 주로 발생한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낮에 전력피크를 억누르다 발전량이 떨어지면 전력피크가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즉, 저녁으로 접어들 무렵, 두어시간만 사용 전력을 효율화하면 전력피크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수요관리라고 하는 데 전력 산업부도 어느 때보다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력피크 쉐이빙(깎기) 효과가 발전소 증설 대비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며 “우리나라는 에너지원단위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수요관리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