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주자 첫 합동연설회…4인4색 정견발표 속 '격돌'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 주자들이 첫 합동연설회에서 보수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를 자임하며 당원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자들은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 센터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 등 차기 당 대표 경선 출마자들이 참석하는 첫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연설회는 광주·전북·전남·제주 등 호남권을 시작으로, 향후 5차례에 걸쳐 지방 순회 일정에 돌입한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현·한동훈·나경원·원희룡 대표 후보.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상현·한동훈·나경원·원희룡 대표 후보.

첫 합동연설회인 만큼 당권주자 간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공방전이 치열했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5선 중진 윤 후보는 “우리당의 썩은 기득권을 폭파시키고, 당원중심의 정당, 국민을 섬기는 섬김의 정당을 만들어나가겠다”며 “'꼴찌의 기적'을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우리는 괴멸적 참패를 당했다. 집권 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였고, 참패 이후에도 어떤 변화의 몸부림도 없이 공동묘지의 평화 속에 사실상 죽어있다”며 '총선 책임론'을 꺼냈다. 그는 “이기는 정당은 이기는 선거를 해 본 사람이 만들 수 있다”며 △시도당에 정치아카데미 상설화 △여의도연구원 구조개혁 △민생위원회 출범 △광주 제2당사 신설 등을 공약했다.

한 후보는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총질 하고 있지 않냐”며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느냐”며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국민의힘에는 오직 한 계파, 바로 '친국(친국가·친국민·친국민의힘)' 만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호남의 우상향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정치의 우상향을 이뤄내겠다”며 △호남 첫 청년정치학교 설립 △정책제안 시스템 상시화 △여의도연구원 재편 등을 약속했다.

수도권 5선 중진인 나 후보는 “보수재집권은 대한민국 생존 조건이다. 이길 줄 아는, 국회에서 싸울 수 있는 '현역'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를 국가 인공지능 혁신거점으로 △전남 농수축산업을 미래 생명산업으로 △전북을 이차전지·바이오 산업의 선도지역으로 △제주를 디지털 세대 맞춤형 관광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원 후보는 2022년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로 작업자 6명이 숨진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소개했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낸 그는 시공사가 전면 재시공을 결심하게 하고, 입주예정자와 보상을 합의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며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며 한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전면 재시공'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고의 팀웍으로 당정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며 “잘못된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대통령과 토론하고, 또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