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멍든 실손보험…금감원, 10억원 편취한 일당 103명 검거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병원장 지시를 받은 간호사가 고령의 전문의 명의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하다가 적발됐다. 공진단, 피부미용 시술을 도수치료 등으로 둔갑시켜 실손보험금 10억원을 편취한 보험사기 일당 103명이 검거됐다.

금융감독원과 부산경찰청은 조직형 보험사기 전문 한방병원을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허위의 진료기록으로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해 부산경찰청에 수사의뢰 했다. 부산경찰청은 한의사, 전문의, 간호사, 가짜환자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 일당을 검거했다.

한의사 병원장 A는 고령의 전문의 B를 형식적으로 채용하고, 간호사 C에게 B의 명의를 이용해 허위로 처방·진료 기록을 작성토록 지시했다.

상담실장 겸 간호사 C는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에게 보험사기를 권유하고, 전문의 B의 명의를 임의로 이용해 가짜환자들에게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허위의 진료비영수증을 작성·발급했다.

병원에 결제된 금액에 상응하는 공진단(보약의 일종), 피부미용 시술(미백, 주름개선 등) 등을 제공하도록 병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병원직원들은 일반환자와 보험사기에 가담한 가짜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가짜환자 이름 옆에 '도수치료 대신 에스테틱(피부미용) 진행' 등의 문구를 별도로 기재하고, 도수치료 명부(엑셀파일 형태)에 보험사기 유형별로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 등으로 치밀하게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환자 100여명은 의료진의 권유에 현혹돼 공진단, 피부미용 시술 등을 받았음에도 허위로 발급된 도수치료 영수증 등을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실손보험금 10억원을 편취했다. 1인당 평균 1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가짜환자 100여명에 대한 IFAS(보험사기인지시스템) 연계분석 결과 11명이 가족 및 지인관계로 추정됐는데, 이중 5명이 보험설계사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이나 브로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솔깃한 제안에 동조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보험계약자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