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X레이나 CT 사진을 입력하면 병명을 도출해 내고, 어린 시절 즐겼던 추억의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프로그래밍을 해주며, 평소 꿈꾸던 세계관을 입력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웹소설이나 웹툰을 만들어 주는 시대가 되었다. 챗GPT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2022년 11월 이래 1년 반 만에 생성형 AI가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만들고 운영하는 기업은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서버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에 비해 48%나 많아졌다고 한다. 생성형 AI가 모든 분야의 척척박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GPT-3 기준 1700억개가 넘는 매개 변수를 가지고 있는 모델을 훈련시켜야 하며, 여기에는 수백메가와트의 전력과 수천개의 GPU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냉각수를 사용해야 하는데, AI 산업의 물 사용량이 2027년에는 66억톤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우리나라의 2018년 기준 물 사용량이 244억톤임을 고려해 보면, 얼마나 많은 양인지 실감할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할 예정이거나 이미 달성했다고 주장해 오다가,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면서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루기 어려워져 곤란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전력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거나, 나무심기, 탄소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상쇄하기도 하고, 냉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도 하며, 데이터를 중앙서버에서 집중 처리하기보다는 사용자 또는 데이터 원천의 물리적인 위치에 근접한 곳에서 처리하는 '엣지 컴퓨팅'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매개변수를 줄이거나 데이터 처리 과정을 경량화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RE100은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조달하겠다는 서약을 의미한다. 여기서 RE는 Renewable Electricity로서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 바이오매스 등을 의미하는 데, 이를 통해 기후 변화에도 대응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시장을 활성화시켜 관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런데 RE100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관리, 안전성 우려, 우라늄 원료의 유한성, 지역사회 수용성 등의 문제제기 때문에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는 인정하지 않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단계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나라의 경우 좁은 국토에 산지 비율이 높으며, 계절별 일사량 변화가 크고 미세먼지가 많아 태양열 발전의 효율도 아직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원자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 기술 모두 점점 더 향상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도 개선될 가능성은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기존 재생가능 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 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까지 에너지원에 포함시키는 Carbon Free 100% (CF100)을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으로 잡고 있으며 한국형 고정가격계약 매입제도(K-FIT) 등을 통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고정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생성형 AI기업은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에너지 절감 노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기술로 인해 초래된 에너지 문제는 새로운 기술개발로 풀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