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실제 여가시간이 짧음에도 여가생활 만족도는 남성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연령대, 소득 수준, 가구원 구성단계 등 모든 응답자 특성별로 거의 일치했다. 육아 부담이 가장 큰 영아자녀를 둔 가구의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여가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2021년 10월 기획조사로 시작한 '여가·문화·체육 주례조사(19세 이상 성인 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 이상 대상)'를 통해 우리 국민의 여가생활 전반에 대한 현황과 인식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자료는 '23년 1년간 총 2만742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여가생활 만족도를 응답자 계층별로 분석한 것이다. 여가시간의 정의는 '일(집안일 포함)이나 학업, 출퇴근, 일상적 식사 및 수면을 제외한 시간'으로 했다.
여가생활 만족률(만족+매우 만족)은 평균 42%였다. 즉, 응답자 5명 중 2명 이상이 '최근 1개월간의 여가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했다. 10명 중 1명(10%)인 '불만족(매우 불만족+불만족)'에 비해 4배 이상 많았다.
성, 연령, 소득수준, 직업 등 응답자 특성별로 모두 큰 차이가 있었으나 주목되는 부분은 남녀 간의 차이다. 여성의 만족률(45%)이 남성(39%)보다 6%포인트(p) 높았다. 이는 하루 평균 여가시간에서 여성(3.8시간)이 남성(3.9시간)보다 오히려 짧았던 것과 상반되며, 여가시간 충분도 인식에서의 남녀 차이(여성 38%, 남성 34%)와 거의 일치한다. 여가생활 전반에 대해 여성이 더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음이 재확인된다.
여가생활 만족률을 '가구원 구성의 생애 단계'에 따라 비교하면, 미혼 시 만족률(44%)이 높다가, 영아자녀를 갖게 되면 최저상태(30%)로 떨어지고, 이후 점진적으로 높아져 자녀 양육 부담이 사라지면 다시 최고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생애 단계별 남녀간 차이에는 주목할 만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전 주기에 걸쳐 여성의 만족률이 높다. 영아 자녀가 있는 경우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여성 31%, 남성 30%)까지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성이 더 낮은 경우는 없다.
둘째는 남성의 열악한 만족률이다. 남성은 '무자녀 가구원'부터 '청소년자녀 가구원'까지 5단계 동안 30% 중반 이하에서 낮은 만족률 상태를 지낸다. 반면, 여성은 '영아자녀 가구원' 때를 제외하고는 40% 내외 또는 그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셋째는 여성의 가파른 등락률이다. 여성은 '영아자녀 가구원'을 전후해 45%→31%→39%로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는 데 비해 남성은 36%→30%→31%로 급격한 변화가 없다. 즉, 여성의 여가생활 불만은 영아 자녀기에 집중되지만 남성의 경우는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이어진다.
여성은 더 짧은 여가시간에도 불구하고 남성보다 시간 부족을 덜 느끼고 있다. 영아자녀가 있는 시기를 제외하면 미혼부터 노년까지 만족률도 확실히 높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전반적으로 여성의 여가생활에 대한 태도가 남성보다 긍정적임을 부정하기 어려우며, 그 원인은 경제활동을 포함한 생활 시간에 대한 통제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또한 “여성이 상대적으로 일정관리의 자율성과 유연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역설적으로 여성의 여가 시간이 더 짧기 때문(희소성)에 여가에 대한 가치 인식이 높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