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배의 AI 레볼루션] AI 두뇌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우리 옆에는 늘 로봇이 있다. 공상과학 영화나 미래의 사회가 소개될 때면 어김 없이 등장하는 것이 로봇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탈로스부터 중세 연금술사들의 자동인형까지, 인간은 오랫동안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에 매혹돼 왔다. 1921년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에서 '로봇'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초기의 전자 기계 로봇이 등장했고, 자동차 생산라인에 산업용 로봇이 도입되면서 산업 혁신의 기틀을 마련했다.

PWC가 발표한 2024년도 5대 기술 트렌드를 보면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스마트 농업, 그리고 로봇이 있다. 가정에서는 로봇 청소기와 같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소형 로봇들이 사용되고, 병원에서는 수술용 로봇이 정교한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또 제조업, 물류업, 농업, 요식업 등에서는 자동화 로봇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 드론 배달, 국방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 새 형태 로봇이 개발되며 그 활용 범위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최근 테슬라가 발표한 '옵티머스 2'는 액추에이터와 센서가 탑재돼 빠른 속도로 걷고 케이블 구동으로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일 뿐만 아니라 스쿼트를 하거나,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집는 등 정교한 동작을 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새로운 '아틀라스'도 구동방식을 유압식에서 전기모터로 변경해, 쓰러져도 벌떡 일어나고 걸음 거리도 빨라졌고 360도 공중 회전의 유연성도 보여 줬다.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생성형 AI를 탑재해 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사람의 감정이나 의도까지도 알아차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했다. 오픈AI의 '피규어'(Figure)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테이블 위의 물체를 식별하고, 사람의 명령에 스스로 판단해 행동을 하는가 하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도 설명한다. 스탠퍼드대와 구글이 협력해 제작한 '알로하'(ALOHA)라는 로봇이 간단한 학습으로 습득한 지식과 지능으로 집안 일을 척척 해내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지금까지 자동화 수준의 로봇만을 염두에 두었던 일반인 인식을 완전히 뛰어 넘는 경이로운 수준을 보여줬다.

로봇 보급은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빙 로봇은 월 사용료 50만원 정도에 24시간 365일 활용이 가능하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청소 로봇은 센서가 정밀하고 물걸레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훌륭한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해 낸다. 배송 로봇이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규제가 풀려서 실내는 물론 도로에서도 로봇이 보인다.

인구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스타트업이 개발한 노인 돌봄 로봇은 'GPT-4o'를 적용해 독거노인이나 간병이 필요한 환자의 말벗과 함께 안전을 관리한다. 이미 전국에 1만대 이상 보급됐다. 몸에 착용하면 로봇의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노약자가 계단을 힘들지 않게 오르게 하는 로봇도 있다.

다양한 로봇이 작업을 하는 제조 공장은 이기종 로봇의 통합 관제와 로봇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로봇 통합관제 솔루션으로 로봇 기반 스마트 공장 구축이 가능하다. 로봇이 인간과 함께 협력하며 일하는 '코봇'(Cobot)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로봇 기술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비등하거나 초월하는 능력을 지닌 범용인공지능(AGI) 기술은 로봇의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더욱 깊숙이 들어올 것이다. 더 나아가, 우주 탐사와 심해 탐사 등 인간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예상된다.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kb.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