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내부통제를 강화한다. 금융당국이 시범운영 기간을 운영하고 조기 도입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면서 하반기 대부분 시중은행이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대부분 책무구조도 초안을 마무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련 임원들에게 초안 컨펌을 받는 상황”이라면서 “이르면 하반기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준비가 되면 최대한 빨리 적용하겠다는 것이 경영진 의지”라고 말했다.
다만, 주요은행은 책무구조도 도입시점을 서로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가 부담스러운 만큼 비슷한 시기에 도입해 보폭을 맞추고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끼리 책무구조도 마련 속도가 다르지만 누구 하나가 선제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당국이 시범운영 기간까지 마련한 만큼 하반기 비슷한 일정으로 도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무구조도 도입과 함께 내부통제도 고삐를 챈다. 5대 은행 행장이 올해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내부통제는 이들 행장 연임에도 중요한 변수다. 올해는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모든 은행권이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때문에 5대 은행 승계절차도 9월부터 시작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초 인사에서 부장급 직원 122명을 전보 발령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가량으로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주로 장기보직자들이 순환보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부행장급인 준법감시인을 교체하고 본점 준법감시실에 부장대우급 직원 7명을 새로 발령내는 등 조직을 보강했다. 암행감찰도 검토 중이다.
책무구조도는 이달 3일 시행된 개정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조치다. 금융사 대표이사와 임원은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담하며,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위반한 임원 등은 신분제재를 부과받는다. 최고경영자(CEO)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린다. 연초 은행권을 강타한 대규모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사태도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면 관련 임원이 책임져야 한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시행 후 6개월 이내인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자산 5조원 이상인 금융투자업자와 보험사 등은 시행 후 1년 안에 제출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연달아 대형 내부통제 미비 사고가 터졌다. KB국민은행 일부 직원은 지난해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뒤 120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겼다. 이중 일부는 이달 구속됐다. 올 상반기에는 담보가치 산정에서 상가 매입가가 아닌 분양가로 담보가치를 산정해 100억원대 대출 부풀리기를 한 배임 정황이 발각되기도 했다. 지난 달에는 우리은행 직원이 서류를 위조해 약 180억원 대출금을 횡령한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고, NH농협은행은 상반기 세 건 총합 약 170억원 규모 업무상 배임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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