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과학고 신규 설립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밝히면서 경기도 내 과학고 추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임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경기도 내 과학고는 1개교인데 학생 수가 전국 30%인 점을 고려하면 3~4개교가 적정한 수준으로,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며 “해당 지역 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과학고 경쟁률은 전국 평균이 3.9대 1이지만 경기도는 10대 1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인구 비례를 고려해 경기도 북부·서부·남부·동부·중앙에 각 1개씩 5개교는 있어야 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거듭 과학고 유치를 강조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과학고 신설 이유로 인재 유출과 이공계 인재 육성을 꼽았다. 경기도교육청 융합교육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경기도에 과학고 수요가 많았는데 경기도보다 훨씬 인구수가 적은 인천만 해도 과학고가 2곳이나 있다”며 “경기도 과학고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경기도 학생들이 인천이나 서울 지역 과학고를 진학하기도 했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인재 유출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닌 과학고 신설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이 관계자는 “과학고는 이공계 인재 육성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현재 경기도 모든 학교에서 과학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과학고를 신설해 과학 분야의 심도 있는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경기도교육청은 '이공계 인재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과학고 추가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고양·부천·시흥·안산·용인 등 11개 지자체에서 과학고 유치 의사를 밝히고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유치에 난항이 예상된다. '교육불평등·교육양극화 반대 특권교육 저지 경기공동대책위(공대위)'는 과학고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대위 측은 “지난해 초·중·고 자녀 사교육비 지출이 27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교육부가 사교육비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면서도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존치하고 과학고 등 특권학교를 더 늘리겠다고 하는 것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공대위는 과학고 신설과 반대 입장과 관련한 대응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과학 인재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전국에 과학 중점학교가 120개교 있고 교육과정 역시 과학고 못지않다”며 “굳이 과학고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에 대한 우려도 뒤따랐다. 사교육걱정이 공개한 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결과 월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지출은 일반고 재학생 대비 영재고가 6.1배, 과학고가 5.4배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자사고(4배), 외고·국제고(3배)와 비교해도 훨씬 높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과학고 학생의 사교육 비율은 현재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3 학생은 입학을 위해, 고1은 학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며 “과학고가 늘어나면 사교육 문제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도교육청은 8월 정식 공모계획을 발표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많은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과학고 설립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실제 공모는 얼마나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권역별로 1개씩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감의 생각이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공모받은 뒤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