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AI 잘하는 서울시를 향해

[ET시선]AI 잘하는 서울시를 향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달 1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행정을 강조했다. “AI는 모든 나라 모든 도시 행정에 접목되고 융합될 수 밖에 없는 행정 툴”이라며 “모든 부서와 모든 정책에 AI가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연초에도 “올해가 서울시 AI 행정의 원년이며 'AI를 가장 잘 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간단한 실험을 해봤다고 했다. 유료 챗GPT에 들어가 최신 뉴스 반영이 잘 됐는지 보려고 '서울시 정책 중에 UN 공공행정상을 받은 정책이 있는 지'를 물었다고 했다. 정답은 'AI 디지털 성범죄 삭제 지원 프로그램'이다.

챗GPT는 '생리대를 나눠주는 사업'이라고 답변했다. 오 시장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재차 물었고, 최근에 받은 것이라고 설명까지 해줬는데 단호하게 생리대 사업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앞으로 시민들이 궁금한 게 있으면 120(다산콜)로 전화하는 게 아니라 챗GPT에 물을 텐데, 이러한 시차가 발생하면 곤란할 것이라고 공무원의 분발을 당부했다.

기자가 2주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한번 같은 테스트를 해봤다. '서울시 정책 중에 UN 공공행정상을 받은 정책'을 물어보니 챗GPT가 '디지털 성범죄 종합 대응 정책'이란 대답을 내놨다. 아주 틀린 대답은 아니다. 그래서 재차 '혹시 생리대를 나눠주는 사업은 아니고?' 라고 질문했더니 이번에는 다시 생리대를 나눠주는 사업이라고 답했다.

이는 생성형 AI 기술이 가진 할루시네이션(환각, 잘못된 정보)이 일부 드러났다. 생성형 AI는 훈련 데이터의 부족이나 편향성, 문맥과 언어의 한계,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의 부족으로 인해 잘못된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옳은 내용과 틀린 내용을 같이 섞어 내놓기도 한다.

AI는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술산업은 물론 경제,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할루시네이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기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같다.

생성형 AI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공무원 뿐만 아니라 정치인, 기업가, 시민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 기술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활용도에 따라 그 수준과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AI 기술의 정상이 '에베레스트'라면, 그 에베레스트 정복에 앞장서는 것은 경제, 나아가 국가 혁신을 이끄는 기업가의 몫이다. 전 세계 기술기업이 도전하는 장이다.

모두 에베레스트에 오를 필요가 없다. 일반 시민은 건강과 체력의 수준을 파악하고 청계산이나 북한산 정도를 오를 수 있다면 좋다. 생성형 AI 단점과 장점을 모두 알고, 필요한 업무와 생활에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AI를 잘 활용하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선 시민, 공무원, 기업 각 주체의 AI 도입 수준과 역량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돼야 한다. 시민은 물론 공무원 내에서도 조직이나 개인 간 격차, 시차가 있을 수 있다. AI가 열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시민, 공무원, 기업 모두가 잘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