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인공지능(AI)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 기술은 기존에 보아왔던 어떤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픈AI에서 5월 발표한 챗GPT4o는 보고, 듣고, 말하는 AI의 탄생으로 발표와 함께 크게 주목받았으나, 바로 다음 달인 6월에 앤트로픽(Anthropic)이 챗GPT4o의 성능을 뛰어넘는 클로드 3.5 소네트(Claude 3.5 Sonnet)를 공개하면서 AI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타이틀이 며칠도 되지 않아 뒤집히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개발사간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AI 기술은 생명과학, 기후변화, 교육, 금융, 농업 등 인간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창작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음악 작곡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도 인간의 창작을 보조하거나 대체하고 있으며, 창작자에게 새로운 도구와 영감을 제공함과 동시에 창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창작의 방식과 접근법이 변화하면서, 우리는 전통적인 저작권법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AI 기술이 근본적으로는 기존에 인간이 창작한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창작자 보호가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기존의 저작물을 포함하는 학습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지는 AI 산출물이 인간이 창작한 저작물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창작과 관련한 기존의 시장을 충분히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은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AI 산출물과 인간의 창작물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등 다양한 쟁점들이 산적해 있어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리와 같은 공정이용 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 AI와 관련한 30건 이상의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등 AI와 저작권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AI에 관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통과된 EU AI법에서는 범용 AI 제공업자에게 학습에 사용된 콘텐츠에 대한 충분히 상세한 요약본을 작성하여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TDM(Text and Data Mining)에 대한 권리자의 유보를 파악하고 이를 준수하는 정책방침을 채택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일본의 경우 2018년에 AI 기술 개발과 관련한 저작권 침해 문제 등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법 해석의 유연성을 높인 권리제한 규정(일본 저작권법 제30조의4)을 마련했으나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비향유목적'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해석을 명확히 하는 보고서('AI와 저작권에 관한 논점 정리' 일본 문화청, 2024.3.)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작년에 이어 '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 2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창작자 등 권리자, AI 개발사, 학계, 법조계, 기술계 종사자와 이해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통해 충분히 창작자를 보호하면서도 AI 기술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정책적, 실무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워킹그룹에서는 상반기 논의를 통해 이해관계가 특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AI 학습데이터에 활용되는 저작물의 권리처리와 관련한 문제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했으며, 적법한 이용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사 및 권리자 간의 협상테이블을 마련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편 AI 산출물에 의한 저작권 침해에 관해서는 AI를 이용하는 주체별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안내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AI 산출물에 의한 저작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AI 학습부터 산출에 이르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기술 발전에 끊임없이 대응해 온 역사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창작 방식은 직접 글을 쓰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의 방식에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저작물에 대한 권리의식이 시작된 인쇄술의 발명을 시작으로 인터넷의 발달과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 나아가 블록체인과 NFT 기술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저작권법은 창작자를 보호하고 문화 및 관련 산업의 진흥을 위해 새로운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왔다. 예를 들어 사진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기계를 이용한 사실의 재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으나, 피사체의 선택, 배치, 구도, 셔터 찬스, 조리개 선택, 앵글, 현상 과정 등에서 충분히 인간의 창작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저작권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게 된 점은 현재 AI와 관련한 논의에서 충분히 재고해 볼만 한다. 지금의 AI와 저작권에 관한 다양한 쟁점들도 분명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도전 과제이지만, 충분히 기술과 법률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 창작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AI 기술 발전을 도모해 문화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극대화하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저작권법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인류는 보다 밝고 혁신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석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필자〉강석원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산업과장, 저작권국장을 역임하며 저작권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으며 기획조정실장으로서 조직의 발전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해왔다. 건국대사대부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 공학석사, 박사와 미 퍼듀대에서 MBA 석사를 했다. 기술고시 29회에 합격해 1995년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실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