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 허수원 세라믹기술원 책임연구원 “소재 국산화로 기술자립 기여”

허수원 한국세라믹기술원 책임연구원.
허수원 한국세라믹기술원 책임연구원.

“한국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강국이지만 소재, 부품, 장비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현실입니다. 특히 소재 국산화는 기술 자립을 실현하는 원동력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허수원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 신성장소재연구본부 나노복합소재센터 책임연구원은 애초 유기반도체 전공이었다가 지금은 산화물반도체 신소재까지 연구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의 유무기반도체(IOS) 연구실에서는 유기태양전지부터 초유연 융복합소자까지 다양한 공정을 넘나드는 색다른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 이 연구실은 산화물반도체 기술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 IGZO(인듐·갈륨·아연 산화물)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가능성을 열어 눈길을 끈다. IGZO는 디스플레이용 백플레인 소재로 초고해상도, 저전력, 플렉시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요구하는 특성의 박막 트랜지스터(TFT) 구현을 위한 필수 소재로 알려져 있다.

다만 IGZO 소재 원천특허를 일본이 독점하고 있어 일본 수출규제 당시 이를 뛰어넘는 우수한 특성의 신규 소재 개발을 통한 원천특허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현재의 박막 증착 기술은 조성 균일도가 미흡해 결함이 생길 우려가 높고 400℃ 이상에서 한 시간 이상 열처리해야 하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해 이를 개선한 새로운 공정 개발도 절실한 상황이다.

허 연구원은 “전산재료과학기법을 통해 기존에 없던 물질군에서 산화물 반도체 소재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하고 그 과정에서 추려낸 신규 물질이 IGZO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특성이 우수한 지 직접 검증했다”면서 “이를 위해 15만개가 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기존에 이 분야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원소를 탐색한 후 이동도와 안정성 모두 향상되는 조건으로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산화물반도체 분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란타넘 계열 원소인 이터븀(Yb)이 갈륨을 대체할 소재로 떠올랐다. 허 연구원은 Yb를 도입한 신규 산화물반도체 특성평가를 통해 IYZO TFT가 기존 IGZO TFT보다 전기적 특성뿐 아니라 안정성 측면에서도 더 우수함을 확인했다.

또 안티모니(Sb)를 적용한 ATGO TFT의 특성평가 과정에서 Sb 도핑 정도에 따라 전하 이동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함량을 도출했다.

해당 기술은 현재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투명하고 휘어지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꼭 필요한 소재 기술인 만큼 IGZO가 주도해온 TFT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24 국제 메모리 워크숍(IMW)에서 10나노 이하 D램 미세공정에 누설전류가 낮은 IGZO 소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허 연구원은 “이번 연구성과에 이어 원자층 증착(ALD)을 적용한 신규 산화물반도체 TFT 구조와 공정을 비롯해 200℃ 이하 저온 열처리 공정 등 관련 업계가 필요로 하는 차세대 기술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독점적 공급망 이슈로부터 벗어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진주=노동균기자 defrost@etnews.com